1999년 12월 1일 SK텔레콤은 ‘엔탑’(n.top)이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e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 정보검색도 하는 서비스였다. 이때만 해도 한국의 이동통신산업은 세계를 선도할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딱 10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때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버렸다. 최근 수년 동안 ‘데이터 통화요금’ 탓에 한 달 휴대전화요금을 100만 원도 넘게 냈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비싼 데이터 통화요금이 두려워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아예 외면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수많은 ‘데이터요금제’를 내놨지만 소비자들을 헷갈리게만 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그 결과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시장은 기형이 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80% 이상이 정보검색이나 게임 등 여가활동을 하지만 휴대전화 인터넷 사용자의 80%는 ‘폰 꾸미기’를 사용했다. 정보검색을 해본 적이 있다는 사용자는 40%대에 불과했다. 폰 꾸미기는 통화연결음(컬러링)이나 벨소리 등을 내려받는 서비스로 이동통신사가 상당한 수익을 내는 분야다. 반면 정보검색이나 여가활동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수익은 적고 해당 서비스업체가 더 돈을 버는 분야다.
반면 해외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무선인터넷 컨설팅업체 체탄샤르마컨설팅에 따르면 한때 ‘한국을 배우자’던 미국의 무선인터넷 시장은 2006년 약 150억 달러 규모에서 2008년 330억 달러로 컸고 올해 약 420억 달러를 바라본다. 정보검색과 e메일, 메신저 등 컴퓨터에서처럼 인터넷을 쓰는 휴대전화 사용자도 전체의 80%가 넘는다고 한다. 이동통신사와 인터넷업체들이 함께 성장했고 통신소비자들도 편리해진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세계 최초’ 서비스가 등장했다. 2002년에는 전화를 걸면 단순한 벨소리 대신 음악이 흘러나오는 통화연결음 서비스가 나왔고 2004년에는 휴대전화로 음악도 내려받게 됐다. 2006년에는 휴대전화로 상품을 구입하는 상품권인 ‘기프티콘’도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수익성만 추구하다 정작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는 실패한 듯 보였다. 최근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인하 정책과 인터넷 연결이 자유로운 스마트폰 보급도 스스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 등 외부로부터의 자극 때문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10년의 영광’을 되새기기보다 미래의 소비자를 위한 값싸고 품질 좋은 서비스를 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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