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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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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대량 부도사태에 직면한 주택건설업계의 사정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폭탄으로 허덕이는 시민의 사정을 생각할 때 종부세 완화는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이런 논쟁은 대외적인 악재와 맞물려 우리 경제를 심한 침체로 몰아갈 수 있다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투기광풍 초래” 주장은 선동적
종부세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공평한 세 부담이었다. 종부세 도입으로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이뤄졌는가? 최근의 부동산 경기침체가 종부세의 영향인가?
보유세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생각은 상식으로는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나 이론적으로는 맞지 않는 주장이다. 조세의 자본 환원 현상 때문에 도입 당시 일시적으로 약간의 가격수준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조세가 부동산 시장의 추세를 바꾸지는 못한다.
부동산 가격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수급이다. 특히 주택의 경우 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융 변수다. 공급은 정부의 규제와 자재비 및 인건비 등 비용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는 최근 미국 주택시장의 움직임에서 잘 나타난다. 종부세의 완화가 투기 광풍을 야기한다는 주장은 다분히 선동적이라고 본다.
공평 문제는 어떠한가? 물론 종부세는 부자만 부담한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자산을 포괄하지 않고 부채를 공제하지 않으므로 정교한 재분배 수단은 되지 못한다.
종부세는 논의 당시부터 조세전문가와 시장원리에 정통한 부동산 전문가를 대부분 배제한 채 추진됐다. 또 상위 2%를 투기꾼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2% 대 98%의 사회적 갈등구조를 부각시킨 포퓰리스트 정치 전략의 산물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담세력(擔稅力)이 큰 계층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방안은 현대 조세정책이 지향하는 중요한 원칙 중 하나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자신의 능력대로 많건 적건 국가재정에 기여하도록 하는 정책이 건강한 국가사회를 이루는 데 있어서 필수조건이 된다. 특정 계층에만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도록 결정한 종부세는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기형적 세금이다.
의도했던 정책효과도 변변치 못하고 원칙에서 벗어난 세금이라면 시급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참여정부 당국자들이 의도했던 대로 이미 대못이 박혀 있으므로 완전히 제거하는 일이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부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부분만이라도 완화하려는 정부 여당의 시도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조세제도 전반을 정상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 살아나야 저소득층도 수혜
개편과정에서 제일 민감한 부분은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종부세의 완화 등 감세의 효과가 주로 부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감세정책으로 경제가 좀 더 활성화된다면 저소득 계층이 더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세계화된 경제에서 조세의 재분배 효과는 기존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극화 해소에 매달렸던 노무현 정부 기간에 양극화와 분배 악화가 오히려 심화되었던 점이 대표적 사례이다.
물론 감세 조치의 효과와 상관없이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정비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곽태원 서강대 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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