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이재호]이런 북한과 ‘민족끼리’를 외칠 수 있나

  • 입력 2006년 7월 5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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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마침내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오늘 새벽 3시에서 5시 사이에 대포동 2호를 포함해 중, 장거리 미사일 5~6기를 동해상에 발사한 것입니다. 발사 움직임이 있던 지난달 초로부터 한 달 만입니다. 북의 입장에서 보면 한 달을 기다렸는데 미국이 전혀 협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이래도 협상 테이블에 안나올래” 하고 한 방 먹인 셈이죠.

미국은 이를 명백한 도발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입니다. 일본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즉각 대북 제재에 착수할 것입니다. 지금으로선 유엔 안보리 회부와 경제제재가 검토될 수 있겠지요.

문제는 두 가지 제재조치 모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미사일은 핵과 달라서 국제적으로 이를 규제하는 조약이나 기구가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는 하겠지만 집단행동을 결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동조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때도 그러했지만 안보리 의장 이름으로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서나 채택하고 말 것입니다. 경제제재도 특별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필요한 에너지나 식량, 생필품 등을 중국을 통해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미국이 강하게 나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도 북한의 이런 속셈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클린턴 행정부처럼 끌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의 허를 찔렀듯이, 부시 행정부가 북의 허를 찌르는 대응책을 들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 위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는 참으로 어려워집니다. 외국 투자가들이 동요하고 주가는 폭락할 것입니다. 남북관계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미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추가 지원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등 3대 경협사업도 추진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에 대해 너무 관대했습니다. 북미가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을 때도 自主와 민족공조를 외치며 북을 두둔했습니다. 이제라도 북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한미동맹을 복원해야 합니다.

누가 좋고 싫고를 떠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기본 목표는 동북아의 현상유지(status quo)입니다. 4강이 현상유지를 깨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우리만 북에 동조할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북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이른바 진보세력들도 몽상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북을 다루는 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북 미사일 발사가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3분 논평이었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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