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타서 겨울 산타 변신 너무 신나요”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1분


“여름보다는 역시 겨울에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이 제격이군요.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매년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호주 국적의 필 미셀 호주뉴질랜드은행 한국지점장은 14일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서울의 한 장애아 시설을 찾아 선물을 전했다. 10여년 전부터 호주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할아버지 분장으로 불우이웃에게 선물을 해온 그이지만 호주가 남반구에 있어 ‘여름 산타클로스’ 역만 해왔다. 이번에 처음 ‘겨울 산타클로스’가 된 그는 “더운 여름에 산타옷을 입고 땀을 흘리던 때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평동의 장애아 시설인 라파엘하우스를 찾아 서울 주재 호주와 뉴질랜드 상공인의 정성으로 마련한 선물을 전달했다. 수염이 많은 그는 10여년 전 50세를 넘기며 배가 나오며 주위에서 산타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자 ‘여름 산타할아버지’ 역을 자원하게 된 것. 그는 나이를 묻자 “산타할아버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며 웃어넘겼다.

장애아들에게 통역을 통해 “나는 진짜 산타클로스”라고 소개한 그는 “너희들이 너무 착해 선물을 들고 꼭 찾아오고 싶었다”며 선물을 나눠주었다. 그는 시각장애아인 이해성군(4)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노는 모습을 보고 “산타할아버지는 네가 언젠가 피아노를 잘 치게 될 거라 믿는단다”며 격려했다. 지난해 서울에 부임한 그는 “내년에도 산타옷을 입어야 할텐데 요즘 몸이 불어나 걱정”이라면서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체중관리를 잘 해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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