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만에 재입학 '64살 고교생' 김경중씨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2분


60대 노인이 43년 전 자신이 다니던 고교에 재입학해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어울리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번 2학기에 충북 옥천군 청산고 3학년 2반에 적을 둔 김경중(金慶中·64·서울 은평구 불광3동)씨는 이 학교 3학년에 다니던 1958년 군 입대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김씨는 제대 후 당시 건설부와 체신부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80년 퇴직해 지금은 불광3동에서 ‘사회문제 무료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1남3녀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슴 한구석에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던 김씨는 고민 끝에 가족과 상의해 지난달 28일 모교에 재입학했다. 서울과 옥천을 오가는 고된 생활이지만 김씨는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모범생’으로 통한다.

김씨의 담임인 오능연(吳能淵·45) 교사는 “어린 학생들과 잘 어울리며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특히 30여년 간의 사회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바른 삶의 자세 등 유익한 얘기를 많이 해준다”고 말했다.

김씨는 “뒤늦게 시작한 공부라서 어려움도 많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며 “졸업 후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 행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장기우기자>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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