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 신임총재와 가진 일문일답.
―바둑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5, 6급쯤 된다고 주위에서 말하는데 훈수 실력은 그보다 더 높다. 과거 감옥 독방에 있을 때 종이로 바둑판과 돌을 만들어 혼자서 두곤 했다.”
―바둑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일단 2002년 대학입시에서 바둑 특기생 제도를 도입하도록 노력하고, 남북한 바둑 교류와 바둑의 해외보급에 관심을 쏟겠다.”
―이후락(李厚洛) 전 중앙정보부장이나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 등 과거 총재들은 한국기원에 주로 재정적 지원을 해왔다. 특히 새 바둑회관 건립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여당 정치인이라고 해서 과거처럼 돈을 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재정 지원으로 바둑계를 돕기는 어렵다. 다른 방면으로 바둑계를 지원하겠다. 또 바둑회관 건립 문제는 이사진과 협의해 방안이 결정되면 나서겠다.”
―총재직을 맡을 때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주변에선 총재를 맡지 말라고 했지만 조남철 9단 등 많은 기사들이 간곡한 뜻을 전해와서 수 차례의 고사 끝에 맡게 됐다. 물론 반대한 기사들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당장 무엇을 해주겠다고 얘기하기보다는 나중에 ‘한 가지라도 바둑계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최근 정치상황을 바둑에 비유해 표현한다면….
“바둑 수가 약해서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 다만 바둑이 ‘정정당당한 수’를 놓고 겨루는 것인 만큼 ‘술수’가 많은 정치보다는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