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피터 김박사, 내년초 머크社 부회장 취임

  • 입력 2000년 12월 13일 18시 53분


한국인 과학자로서 미국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피터 김 박사가 (42·김성배·생물학)가 15년 동안 교수로 일해온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떠나 미국 2위의 제약회사인 머크사의 연구개발을 총지휘하는 부회장으로 내년 2월에 자리를 옮긴다.

지난주 그가 미국 굴지 제약회사의 연구개발총책임자로 선정된 데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크게 보도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완료 뒤 노다지로 떠오르고 있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분야의 선두주자인 그를 연구 총책임자로 영입한 것은 게놈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이제 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응용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프로테오믹스란 A T C G 네 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유전정보가 생명체 내에서 실제로 어떤 모양과 기능의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컴퓨터 등을 통해 밝혀내는 최첨단 학문 분야이다. 프로테오믹스를 통해 인류는 생명체의 작동과 질병의 원리를 단백질 분자 수준에서 완벽하게 이해함으로써 약을 설계하는 ‘의약품 디자인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동아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적 호기심에서 단백질의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의약품 발견과 백신 개발 쪽에 더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머크사는 모든 의약품 개발을 선도해왔지만 특히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이고, 만일 누군가가 에이즈 백신을 개발한다면 머크사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자리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분자의 구조를 연구해오면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침투할 때 작살 모양의 표면 단백질 분자를 쏘아 세포와 융합한다는 사실을 97년에 밝혀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어 지난해 그는 어떤 모양의 분자를 만들면 에이즈 바이러스의 작살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밝혀내고 이 정보를 제약회사에 제공하겠다고 했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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