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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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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희경은 탤런트 배종옥(36)과 잇따라 호흡을 맞추고 있어 화제다. 98년 ‘노희경 신드롬’의 신호탄을 올린 KBS 드라마 ‘거짓말’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바보같은 사랑’에 이어 ‘빗물처럼’까지 세편의 작품에서 궁합을 맞췄다.
두 사람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로 소년같은 인상의노희경과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두르고 미모를 뽐내는 배종옥은 첫인상부터 색깔이 달랐다. 작가들은 종종 작품속에 자신의 분신(페르소나)을 만들어 넣곤 한다. 노희경은 그처럼 이미지가 다른 배종옥을 자신의 페르소나로 여기는 걸까.
“페르소나요? 그런 건 아니에요.” (노)
“제가 ‘빗물처럼’ 주인공역의 10순위였던 거 아세요. 특집극이 힘들어 배역을 찾다 찾다 못찾으니까 제게 대본을 들고 온 거라구요.”(배)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면서 웃었다. 사실 두사람의 첫 인연은 악연이었다. 복잡미묘한 성격의 노희경과 단순명료한 성격의 배종옥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빚었다. 노희경은 배종옥에게서 실제 눈물연기를 요구했지만 배종옥은 “드라마에서 진짜로 울어본적 없다”면서 ‘안약 연기’를 고집했다.
하지만 이런 삐걱거림은 여러 작품을 같이 하면서 서서히 녹아들었다. 배종옥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실제 눈물을 쏟아냈고 노희경은 작품 캐릭터를 진지하게 상의할 만큼 배종옥을 신뢰하게 됐다.
“제가 배종옥씨와 작업을 많이 한다면 그것은 저의 분신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라 종옥씨 또래의 연기자 중 그만큼 신뢰할만한 배우를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일 겁니다.”
“희경씨 작품은 심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돼요. 저도 무척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고통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긴거겠죠.”
작가에게 도도한 이미지의 배종옥을 삶의 고통에 찌든 여공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은 작부로까지 계속 추락시키는 것은 무슨 가학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짓궂게 따져봤다.
“작부는 제 작품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로 제 인생의 화두같은 존재에요. 자신의 몸까지 던져준다는 것은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포기할 정도의 고통과 직면한다는 것이니까요.”
김수현의 작품에도 출연했던 배종옥에게 시청률이 형편없게 나오는 작가가 ’제2의 김수현’이라는 얘기를 듣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두 사람이 비교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지니고 있다는 뜻일거에요. 드라마만 보고 누구의 작품인지 맞출 수 있는 방송작가가 정말 드물거든요.”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