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대중음악이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은 몇몇 인기가수의 노래를 눈물을 흘리며 함께 불렀다. 서슴없이 ‘국민가수’로 부르기도 했다. 김정구(金貞九) 이미자 조용필 등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노래는 그 시대 민중의 정서를 기막히게 표출해 냈다. 그 민중에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었다. 요즘 대중가요가 특정세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과는 달랐다.
▼25일 타계한 원로가수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도 민중의 정서를 담아냈기에 국민가요가 될 수 있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일제시대 악극단 예원좌의 일원이었던 이시우였다. 독립군에 가담한 남편의 뒤를 쫓아 두만강을 건넜던 아내가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두만강변 투먼(圖們)의 한 여인숙에서 밤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 사연을 이시우가 노래말로 만든 것이다.
▼나라 잃은 민족의 슬픔을 그린 ‘눈물 젖은 두만강’은 해방 후 분단과 실향의 아픔을 상징하는 노래로 세대를 초월해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그 자신 실향민인 김정구는 통일이 되면 고향 원산(元山)에 묻어줄 것을 유언했다고 한다. 그의 유언이 아니더라도 도문 건너편 북한땅 두만강가에 ‘눈물 젖은 두만강’ 노래비를 세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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