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영수회담이 시국수습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 채 뚜렷한 합의없이 끝났다. 매우 유감이다. 여야간의 의견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한 문제라 단 한번의 영수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들의 실망도 크다. 대통령과 두 야당총재의 정치력 부재(不在)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야당의 두 김총재가 노동법과 안기부법문제를 둘러싸고 원천무효냐 유효냐로 의견이 맞서 언성을 높이며 원점에서 자신들의 기존입장만 주장한 것은 유감이다. 김대통령은 노동법개정이 국가경쟁력 회복과 경제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개정노동법에 문제가 있다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재론할 수 있다는 선에서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야당의 두 김총재가 관계법들의 원천무효와 재심의라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하며 담판하고 나서 합의가 어려웠던 듯 하다.
본란은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즉각 인정을 명백히하고 두 야당총재도 법의 원천무효 백지화같은 주장만 되풀이 하지말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타협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지도자들이 현시국을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노동법을 비롯해 모든 현안을 국회에서 논의토록 하자고 뜻을 모은 것은 의미가 있다. 파업주도자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집행 유예도 김대통령이 약속함에 따라 여 야 노(勞)간의 대결양상은 일단 한고비를 넘기는 듯하다.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핵심쟁점인 상급단체 복수노조의 즉각 인정을 유예한 것은 잘못됐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이 위기국면을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입장만 고집하고 등을 돌려서는 안된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큰 틀에는 여야가 합의한 만큼 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국회에서 접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빠른 시일내에 새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구체적인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 재개정이든 재심의든 또는 중립적 용어에 입각한 재검토든 복수노조의 즉각 인정여부를 포함한 쟁점에 대한 국회차원의 논의를 빨리 시작하기 바란다.
굳이 시간을 끌며 2월까지 기다릴 것도 없다. 국회밖 다툼은 중지하고 빨리 국회를 열어 원내에서 모든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지한 대화와 토론으로 문제된 조항을 조정하고 제대로 된 노동법이 시행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개정노동법의 유무효를 둘러싸고 원점에서 논쟁만 벌일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실질적 현실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를 위해 필요하다면 여야 영수들이 다시 못만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