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대출비리 끝이 없다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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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행장 구속은 은행의 고질적 대출 부정 사례의 하나다. 대출을 미끼로 한 은행간부의 수뢰는 한국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 하는 오랜 비리나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들어 15명의 행장이 대출관련 비리로 옷을 벗거나 구속되고 올 들어서만도 제일은행장에 이어 두번째다. 지점장급의 대출비리는 아예 일반에 잘 알려지지도 않은 채 사법처리되는 일이 흔하다. 은행원도 기업도 모두 정신이 나간 것 같다. 이래 갖고는 안된다. 무언가 특단의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출이 전혀 특혜가 될 수 없는 금융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오히려 은행이 유망기업들을 쫓아다니며 자기 돈을 써달라고 부탁해야 한다면 대출비리는 있기 어렵다. 이 경우 신용없는 무자격자에게 대출해 손해가 나는 일은 할 수 없다. 이는 곧바로 은행수지에 나타나 은행장이 자리를 떠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자금의 초과수요를 없애야 한다. 적정통화가 공급돼야 하는 것이다. 무작정 돈을 풀라는 게 아니다. 돈이 꼭 갈 곳에 가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여기저기 돈을 주라는 식의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 은행이 융자를 하는 경우 내부와 외부감사 제도로 적정대출 여부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음 현재 시중은행장 선임 방법과 권한, 그품격(品格)에문제가있다. 아직도 정부 입김이 강한 행장선임방식으로 과연 자격을 갖춘 인물이 행장이 되는지 의문이다. 주인있는 후발 은행들에는 사고가 별로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행장의 권한이 너무 커 내부감사 체제가 유명무실한 것도 부실대출의 큰 원인이다. 이른바 대출커미션은 금리코스트를 높여 가뜩이나 고금리체제인 우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큰 까닭의 하나다. 더이상 뻔하게 일어날 은행장의 대출비리를 방치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선진국 금융기관과 경쟁할 경우 백전백패할 것은 자명하다. 과감한 금융개혁 없이는 다른 은행들이라고 대출비리에 무관함을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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