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30억 원 지분으로 3500억 원을 해 먹다니 명백한 폭탄 돌리기다. 자기들끼리 올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종목 샀다가 한강 가면 누가 책임지나. 거래소도 투자위험 딱지만 붙여놓으면 끝인가.”
12월 17일 온라인 종목토론실에서 제기된 동양고속 주가 급등세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동양고속은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올해 국내 주가 상승률 1위(1298.64%) 종목에 등극했는데, 이튿날 거래정지 후 19일 재개된 장에서 주가가 3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최근 증시에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재개발 추진 소식에 해당 부지 지분을 가진 기업들 주가가 치솟았다. 그중 동양고속은 지분율이 0.17%에 불과해 시장 주목을 받았다.
고터 재개발로 60층 랜드마크 되면… 고속버스터미널 테마는 지난달 서울시가 이곳 부지 재개발을 위해 본격적인 사전협상에 착수한다는 보도 및 공식 발표가 전해지며 시작됐다. 노후화된 건물, 강남권 교통체증을 가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터미널 공간은 지하화하고 최고 60층 높이 주상복합 빌딩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골자다.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가진 기업들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16.67%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천일고속이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고속버스터미널이 60층 이상 랜드마크로 재개발될 경우 사업비 규모를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천일고속은 지분가치 상승과 개발이익으로 조 단위 잠재 가치를 확보하게 된다. 수백억 원대인 시가총액을 한참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에 천일고속 주가는 기존 3만 원대에서 40만 원대로 급등했고(그래프2 참조), 단기 과열에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12월 18일까지 주식 거래가 3차례 정지됐다. 거래가 재개된 19일에는 천일고속 역시 주가가 27%가량 급락했다.
동양고속도 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을 갖고 있지만 비중이 0%대로 미미해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주가 상승폭이 천일고속보다 커 투자자 사이에서 경고 목소리가 나왔다. 18일까지 동양고속은 4차례 거래가 정지됐고, 3번째 거래 정지일인 12월 12일 이후에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1대 주주 신세계센트럴(70.49%) 지주사인 신세계, 3대 주주 동원로엑스(11.11%) 지주사인 동원산업 역시 대형주임에도 주가에 온기가 돌았다. 특히 동원그룹은 고속버스터미널 호재로 숙원 사업인 HMM 인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동원그룹은 2년 전 자금력 부족으로 HMM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최근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동원산업 100% 자회사인 동원로엑스의 고속버스터미널 지분이 향후 자금 조달을 위한 확실한 담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마성 상승 대부분은 폭락 결말” 천일고속 등 급등한 고속버스터미널 테마주 추격 매수에 대해 전문가들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주가에 재개발 이후 가치가 모두 선반영됐으나 도심 대규모 재개발은 인허가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서울시 방침·공사비 등에 따라 기대수익이 돌아오지 않을 수 있어서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천일고속 전체의 15%, 동양고속 35%)가 적어 시세조종·거래절벽 등에 노출될 수 있고, 본업인 버스 운송 사업 실적이 저조한 와중에 공사 기간 고속버스터미널 운영에 이상이 생기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12월 17일 “과거 10조 원 수준에 거래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차 부지보다 고속버스터미널 부지가 더 크다고 하니 재개발이 대형 호재인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 하나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0%대 지분을 가진 기업 주가까지 치솟는 것은 명백한 투기”라고 말했다. 이어 “토지 자산주가 떠오르면서 삼표시멘트도 지주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금싸라기 땅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급등했는데, 사실 자회사는 모회사 호재에 따른 실익이 전혀 없다”며 “이런 테마성 상승은 거의 대부분 폭락 결말을 맞는 만큼 신규 진입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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