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잊혀지지 않은 것들은 모두 슬픈 빛깔을 띠고 있다
숟가락으로 되질해온 생이 나이테 없어
이제 제 나이 헤는 것도 형벌인 세월
낫에 잘린 봄풀이 작년의 그루터기 위에
또 푸르게 돋는다
여기에 우리는 잠시 주소를 적어두려 왔다
어느 집인들 한 오라기 근심 없는 집이 있으랴
군불 때는 연기들은 한 가정의 고통을 태우며 타오르고
근심이 쌓여 추녀가 낮아지는 집들
여기에 우리는 한줌의 삶을 기탁하려 왔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이다. 행복의 모습은 하나이고, 불행의 모습은 여럿이니 행복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불행의 많은 경우들을 모두 제거해야만 가능하다. 전형적인 행복과 다양한 불행을 생각하다 보니 어쩐지 우리에게 행복은 이상이고 불행은 현실인 듯싶다.
과연 오늘 우리는 행복한가 불행한가. 이 질문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우리의 삶은 행복해서 성공하고 불행해서 망친 것이 아니다. 삶은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고 쉽게 재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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