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장애 있어 결혼했나” 이주민 가슴에 대못 박는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다문화가정에 편견의 시선 여전
“동남아 못살아서 시집 왔냐… 아이는 한국말 할 줄 아나”
이주 여성들에 언어폭력 심각… 식당 주문 서투르면 쫓겨나기도
이주민 환대지수 OECD 최하위권, “혈통주의적 문화 바꾸는게 시급”

“남편이 장애가 있나 보네. 멀쩡했으면 동남아 여자랑 결혼했겠어?”

얼마 전 동네 놀이터에서 만난 한 할머니가 A 씨(38·여)에게 던진 말이다. 베트남 출신의 A 씨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13년째 한국에 살고 있다. A 씨는 “남편은 멀쩡하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결국 나는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초등학생인 두 딸이 비슷한 일을 당할 때면 A 씨의 가슴이 미어진다. 어른 중에는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니 너도 한국말 못하겠네”, “베트남은 못사는 나라라 여기서 사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다문화가정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과목을 잘한다”고 적힌 걸 보고도 서러움을 느꼈다. 담임선생님마저 이주민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A 씨는 “이주민이 많이 늘어나면서 시선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일상 생활 속의 차별과 멸시는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 ‘이주민 환대지수’ OECD 바닥권

A 씨가 일상에서 경험한 것처럼 한국 사회가 여전히 이주민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한양대 평화연구소(소장 최진우)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에서 ‘이주민 환대지수(Hospitality Index)’가 21위(2017년 기준)였다. 꼴찌에서 세 번째였다. 한양대 평화연구소가 개발한 이주민 환대지수는 각 공동체가 이주민을 일상에서 맞아들이는 열린 태도를 지표화한 것이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터키뿐이었다. 5년 전 한국의 이주민 환대지수도 똑같은 21위였다. 하지만 평균 수치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을 대하는 한국인의 태도가 더 차가워졌다는 뜻이다.

본보 취재팀이 만난 이주민 10명도 “한국이 빠르게 선진화했다지만 이주민을 대하는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3년 전 한국인과 결혼해 부산에 살고 있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B 씨(23)는 얼마 전 한 중년 여성에게 혼쭐이 났다. 지하철 빈자리에 앉아있는데 중년 여성이 다가와 발을 툭툭 치며 “자리에서 비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온 은모 씨(42·여)도 ‘지하철 악몽’을 겪었다. 지하철에서 은 씨의 중국말 대화를 들은 한 60대 남성이 “커피 사 마실 형편도 안 될 텐데 이거라도 마시라”며 자신이 먹던 커피를 은 씨에게 건넨 것이다.

○ 더 은밀해진 ‘일상 속 차별’

이주민 환대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권리 △소통과 문화 △사회경제 3개 분야 중 유독 ‘소통과 문화’ 영역의 지수가 아주 낮았다. 혈통 중심의 문화 인식이 강하고 저개발국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매우 심한 것이다.

모든 이주민이 대표적으로 꼽는 편견과 차별은 가까이 오지 않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이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자신의 양쪽 자리만 비어 있을 때 수치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네팔 출신 유학생 프라밧 씨(27)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서툰 한국말에 종업원이 ‘주문할 줄 모르면 나가라’고 말해 쫓겨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성 한양대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우리나라는 이주민들과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이민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일반인들이 이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 드물고 간접적으로만 접하다보니 오해와 오인의 소지가 많은데 이를 최소화하는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정훈·김은지 기자


#남편 장애#결혼#이주민#사람들#다문화가정#편견의 시선#여전#이주민 환대지수#oecd 최하위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