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마지막 올림픽… 마음 한구석이 뻥 뚫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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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최고령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5번째 올림픽 꼴찌로 마쳤지만 “우리 엄마 최고” 가족들은 환호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국 선수 중 최고령으로 참가한 크로스컨트리 대표 이채원. 동아일보DB
평창 겨울올림픽에 한국 선수 중 최고령으로 참가한 크로스컨트리 대표 이채원. 동아일보DB
“엄마∼ 참 잘했어요. 우리 엄마 최고!”

21일 평창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팀 스프린트 준결선이 열린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 19분19초17(1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채원(37)은 메달과 거리가 멀었지만 챔피언만큼 빛나는 미소를 내비쳤다. 남편과 일곱 살 딸 은서가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 은서 양은 “우리 엄마가 최고”라며 최하위를 기록한 엄마를 치켜세웠다.

이번 올림픽은 이채원의 마지막 올림픽이자 가족들이 그의 경기를 눈앞에서 본 첫 번째 올림픽이다. 그래서 더 뜻깊다. 강원 평창 출신인 이채원은 “이런 큰 무대에서 경기하는 걸 가족들이 처음 봤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내 고향에서 하는 올림픽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기분 최고다”라고 말했다.

1981년생인 이채원은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이다. 경력도 화려하다. 1996년부터 전국겨울체육대회에서 71개의 금메달을 딴 국내 최강.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아경기에선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번의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그가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이채원의 ‘무한 도전’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이날 함께 팀 스프린트 경기에 출전한 주혜리(27)는 “언니(이채원)와 함께 올림픽에 나온 것 하나로 목표를 이뤘다. 항상 함께 뛰는 것을 꿈꿔 왔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팬들도 감동했다. 한 관람객은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여러 번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존경받을 일”이라며 “그를 본받아 한국 스키에서도 금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경기를 마친 이채원은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시원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선수 생활은 2년 정도 더 할 계획이지만 다음 올림픽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창=김성모 기자 mo@donga.com
#평창 겨울올림픽#한국 최고령 선수 이채원#크로스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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