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보-저수지 물길 연결 시스템 갖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가뭄극복” 4대강 활용 어떻게

43년 만의 가뭄으로 ‘4대강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하면서 4대강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정부가 달라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정치권이 4대강 물을 활용하는 예산 수립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 달라”고 밝힌 데 이어 수자원 관리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18일 대규모 토론회를 열고 4대강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이후 다기능 보와 농업용 저수지에 많은 물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이 물을 활용하기 위한 ‘포스트 4대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년 봄 농사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올해 말부터 가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 “4대강 활용할 설비 보강 시급”

정부가 검토 중인 4대강 활용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현재 추진 중인 도수로 사업 외에 △4대강 본류에서 지류의 양수장까지 관로를 연결하는 방안 △4대강 인근에서 관정을 뚫어 지하수를 뽑아내는 방안 등이다. 정희규 국토부 하천운영과장은 “현재 4대강의 물을 갖다 쓰는 전국 농경지 28%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추가 시설 공사 등을 해야 4대강 물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4대강 물 활용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보가 설치된 지역과 가뭄을 겪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뭄은 주로 상류 계곡 지역에서 나타나고 보는 강의 하류에 설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뭄 피해가 집중된 상류 지역에 저수지 등의 ‘물그릇’ 설치가 불가능한 만큼 4대강을 활용하는 것이 가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창언 신구대 토목과 교수는 “보 근처에 가둔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사업이 그동안 중단된 상태였다”면서 “물이 급한 지역에 수로를 만드는 등 하드웨어의 설비 보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4대강 물을 가뭄 극복에 활용한 실제 사례는 보령댐과 금강 백제보를 잇는 21km 도수로 공사 사업뿐이다. 새누리당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금강 공주보와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 “물 활용을 위한 인프라도 구축해야”

내년에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올해보다 더 심한 가뭄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라는 이유로 선제적인 가뭄 예방 조치에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가 “지방자치단체가 4대강 활용 방안을 가져오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4대강 후속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 논의도 없고 사업 예산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4대강을 활용하기에는 규정이나 예산상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4대강 물을 활용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필요하다. 생활용수로 활용하려면 사전에 안전성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물을 식수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먼저 수질이 안전한지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며 “가뭄 지역에서 도저히 물을 찾을 수 없다면 4대강 물을 정수 처리해 쓰는 게 불가피하지만 지금처럼 억지로 먼 지역에 물을 보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4대강 보에 가둔 물을 활용함으로써 물 순환이 빨라지고 녹조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적극적으로 쓰면 물이 빨리 빠져나가 보에 있는 녹조도 제거될 것”이라고 전했다.

가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예측한 뒤 이를 토대로 어느 지역에서 4대강 물이 필요한지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성준 건국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가뭄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가뭄 관련 정보를 생산하고 국민과 공유하는 ‘국가가뭄경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댐, 저수지 등 기존 수자원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필요하다. 수십 년 전에 세운 댐과 저수지에 물을 의존하다 보니 최근 인구가 늘어나고 개발이 활발해진 지역에서 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충남 서부지역에서 최근 화력발전소, 제철소 등이 급격히 늘어나 용수 수요가 크게 증가했는데도 물그릇은 보령댐에만 의존하다 보니 가뭄이 심각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
#저수지#물길#가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