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소속감-주인의식 높이자”… 부활하는 회사 배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코오롱, 여직원 위해 팔찌 형태 만들어… 포스코, ‘멋있게 연출하는 법’ 캠페인도

최근 들어 출근 복장 자율화 등으로 회사 배지를 달고 다니는 직장인이 점점 줄고 있다. 2009년 애경그룹 신입사원 발령식에서 회사 관계자가 대졸 신입사원에게 회사 배지를 달아주는 모습. 동아일보DB
최근 들어 출근 복장 자율화 등으로 회사 배지를 달고 다니는 직장인이 점점 줄고 있다. 2009년 애경그룹 신입사원 발령식에서 회사 관계자가 대졸 신입사원에게 회사 배지를 달아주는 모습. 동아일보DB
2011년 가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LG그룹의 붉은색 로고가 그려진 회사 배지를 패용한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LG전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배지 패용 캠페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LG전자 사원대표 협의체인 ‘주니어 보드(Junior Board)’는 “개개인이 회사 배지를 패용하고 ‘미래의 얼굴’(LG그룹 심벌마크의 이름)이라는 자긍심을 고취시키자”며 캠페인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배지 달기 캠페인은 실제로 사내 분위기 쇄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LG맨들은 믿는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또는 오너의 강력한 주문 아래 여전히 배지 패용 문화를 이어가는 기업들도 있다. 가슴에 달린 기업이미지(CI)가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고 통일된 목표의식을 제공해 업무 성과 개선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일수록 회사 배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대대적인 회사 배지 패용 캠페인을 벌였다. 직원들이 별도 규정 없이도 자발적으로 배지를 패용하고 다니는 기업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자는 취지였다.

회사는 사내 블로그 ‘포스코&’를 통해 배지 패용을 제안하는 3편의 기획시리즈물과 이벤트를 펼쳤다. 시리즈물 1편에서는 다양한 기업이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데 배지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2009년 초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했던 한국후지쯔는 조직문화 재정비를 위해 회사 배지 달기 운동을 벌였다. 배지 달기 운동은 회사를 정상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 위한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2편에서는 회사의 창업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배지의 변천사를 공유했다. 3편에서는 회사 배지를 제대로 연출하는 노하우를 소개하며 회사 배지를 단 순간 직원이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배지 패용 인증샷 촬영 이벤트도 펼쳤다.

포스코는 지난해 출자회사 임직원들에게도 포스코 배지를 나눠줬다. 이전까지 출자회사별로 각각 써오던 회사 배지 대신 포스코 배지를 달게 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와 한 배를 탄 비즈니스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도 이웅열 회장이 나서서 ‘배지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1월 “임직원들이 마음은 더하고 열정은 곱하고 힘든 건 서로 나누면 무한대의 성공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새로운 회사 배지를 선보였다. 네모와 동그라미, 세모를 합쳐 놓은 형상을 띠고 있는 이 배지의 이름은 ‘+ × ÷ 배지(더하고 곱하고 나누기 배지·사진)’.

이 회장은 지난해에는 퍼즐 모양에 ‘12438-1=0’이라는 수식이 새겨져 있는 ‘성공퍼즐 배지’도 선보였다. 퍼즐에서 한 조각만 빠져도 완성되지 않듯 그룹 임직원 1만2438명 중 한 사람이라도 위기 대처 과정에서 빠지면 그 결과는 ‘0’과 같다는 의미다.

코오롱은 전 직원에게 양복 재킷 혹은 넥타이 등에 이 배지를 달고 다닐 것을 지시했다. 재킷을 입지 않는 여성 직원들을 위해 배지를 목걸이나 팔찌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은행권에도 여전히 배지 패용 문화가 남아 있다. 특히 고객과 접점에 있는 직원이 많다 보니 유니폼과 정장에 반드시 배지를 착용하라는 주문이 많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배지를 깜빡하고 달지 않는 날엔 지점장의 불호령이 이어지기 때문에 평소 늘 배지를 챙겨 들고 다니며 출근 직전 잊지 않고 재킷에 단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기업문화#회사배지#직장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