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깡철이’ 김해숙 “치매 걸린 어머니 있어 더 아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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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3일 1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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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해숙은 “촬영장 만큼에서는 유아인과 김해숙이 아닌 강철이와 순이였다. 그 만큼 정말 통했고 환상적인 호흡이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해숙은 “촬영장 만큼에서는 유아인과 김해숙이 아닌 강철이와 순이였다. 그 만큼 정말 통했고 환상적인 호흡이었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세상에는 각양각색의 어머니가 존재하잖아요. 하지만 왜 우리는 주로 보살피고 희생하는 어머니만 볼 수 있는 걸까요.”

‘국민엄마’ 김해숙(58)은 연기를 하며 늘 이 고민을 안고 살고 있다. 그래서 그는 늘 색다른 연기를 펼친다. 때로는 희생하는 어머니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인 어머니까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다가도 울화가 치밀게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깜찍한 어머니다. 김해숙은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에서 치매에 걸려 아들 강철(유아인)의 보살핌을 받는 엄마 순이를 맡았다. 소녀처럼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아들에게 “내 이름은 김태희”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니 내한테 잘해라”라며 신신당부하는 그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고 있다.

“순이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시간을 멈춰버린 사람이에요. 본인은 치매에 걸렸지만 행복한 여성이죠. 캐릭터를 일부러 어둡게 가지 않았어요. 꿈같은 행복이 깨질 것 같아서요. 감독님 역시 ‘추하게 가지 말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항상 공주처럼 예쁜 옷으로 꾸미고 다녀요. 아마 가장 고운 엄마이자 행복한 여성이었을 거예요.”

순이 역을 맡으며 김해숙은 단순히 연기만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현재 치매로 고생하고 있는 어머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엄했던 어머니가 세월이 흘러 연약해져버린 모습을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참 힘들었어요. 어머니가 많이 생각났거든요. 지금 제 어머니는 저를 아예 알아보지 못하시고 움직이지도 못하세요. 영화처럼 ‘여보’라고 부르기라도 하셨으면…. 그래서 순이가 강철이에게 ‘니 내한테 잘해라’라는 대사가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제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 같았죠. 그러다보니 인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했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배우 김해숙.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김해숙.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그래서였을까. 최선을 다한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여실히 담겨져 있다. 김해숙은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는 “정말 열심히 촬영했다”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실 너무 떨렸어요. 평가를 받는 자리인데 그런 칭찬을 들을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만감이 교차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신념을 갖고 해왔던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저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다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연기가 새로워졌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행복해요. 상 받을 때보다 더 감동을 받는 것 같아요.”

아들로 나온 유아인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이 어린 후배를 이끌고 가야할지 고민했지만 영화를 찍으며 오히려 더 의지하게 됐다고 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유)아인이가 촬영 시작 전부터 저를 ‘엄마’라고 불러줘서 편했어요. 격려와 위로도 많이 받았고요. 나이 또래에 비해 타고난 연기관을 갖고 있어요. 책도 많이 읽고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죠. 어떻게 보면 강철이와 비슷한 면모도 보여요.”

김해숙이 출연하는 작품은 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 비결을 물어보니 그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기에 사랑해주시는 게 아닐까”라며 “배우가 진실성 있게 연기를 할 때 시청자들이 감동 받는다”라고 답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참 많다. 국민엄마도 좋지만 ‘도둑들’의 ‘씹던 껌’이나 ‘박쥐’의 ‘라 여사’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하며 중년들도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길 소망했다.

“세월이 지나도 넘치는 에너지를 어쩔 수가 없어요. 오랫동안 연기하며 살고 싶어요. 끊임없이 노력하고 비슷한 것은 하지 말자는 게 제 신념이자 연기의 돌파구죠. 후배들에게 한 마디요? 배우보다 사람이 먼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배우는 인생을 연기하는 사람이잖아요. 저도 물론 더 배워야 하지만요. 하하.”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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