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연]대한민국도 항공모함을 갖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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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지난달 25일 중국이 마침내 항공모함 ‘랴오닝(遼寧·옛 소련 건조 항모 바랴크·6만7500t)’을 실전 배치했다. 대륙국가 중국이 해양국가로 굴기(굴起)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대양해군 건설을 위한 그들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은 ‘랴오닝’ 항모에 이어 2020년까지 좀더 업그레이드된 재래식 항모 2척을 갖고 2025년까지 핵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바다를 경시했던 중국은 아편전쟁과 청일전쟁 때 작은 섬나라 영국과 일본 해군에 패하면서 홍콩을 내주고 대륙을 점령당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일본도 2015년까지 기존의 휴가와 이세(이상 1만3000t·헬기 11대 탑재) 헬기 항모보다 훨씬 큰 22DDH(1만9500t·헬기 14대 탑재)를 건조할 예정이다. 일본의 헬기 항모는 필요시 전투기 항모(수직이착륙기 탑재)로 사용 가능하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동서남해를 경계로 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항모 보유는 우리의 해양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와 바다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우리와 이들 사이에는 이어도, 독도는 물론이고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 등에서 해양 분쟁의 불씨를 항상 안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와 최신 잠수함 등 막강 해군력을 건설하고 있는 이유도 바닷길을 보호하고 해양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강한 해군력은 국가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은 대한민국의 4, 5배에 달한다. 이제 중국과 일본 해군이 항모를 보유하게 되어 우리와의 해군력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제 대한민국도 항모를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째,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전쟁 억제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바다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항모 보유 자체가 강력한 군사력 투사(投射)거리를 늘릴 수 있으므로 독도 이어도는 물론이고 EEZ, 기타 원거리 분쟁 해역에서 강력한 해양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국가의 자존심과 외교력을 높여 국가 위상을 제고시킨다. 넷째, 해외 국민과 자산을 보호하며, 해상 테러 방지 등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항모를 보유할 능력, 기술, 예산이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충분하다. 우리보다 못사는 인도, 브라질, 스페인, 태국도 항모를 갖고 있는데 갖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우리는 세계 1위 조선강국이다. 항모 건조 기술도 문제될 것이 없다. 3만∼4만 t 규모의 한국형 항모 건조 예산은 대략 2조∼3조 원으로 추산된다. 1척당 80억 달러(약 9조 원)가 드는 미국식 항모에 비하면 비용이 훨씬 적다. 탑재 항공기를 제외한 미국식 항모의 연간 운용 유지비는 4000억∼5000억 원 정도이나 한국형 항모는 500억 원 정도면 된다. 다만 탑재 항공기는 해군만으로는 부족하므로 공군과 협조하면 된다.

항모는 해군만의 자산이 아니다. 떠다니는 비행장이므로 해상 표적은 물론이고 공중 및 지상 목표도 강력하게 타격하는 합동작전의 요체가 될 수 있다. 한국형 항모의 탑재 항공기는 최소한 조기경보 및 공중통제, 전자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항공기 3대와 대잠헬기 6대, 20대 정도의 공군 전투기가 필요하다. 육상에서 발진한 공군 항공기는 독도나 이어도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거리가 멀어 실제 작전 해역에 도착해도 작전 가능 시간이 극히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한반도 밖의 대양에서 대한민국 선단이 위협을 받을 때 항모 외에는 보호할 수단이 없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중-일의 센카쿠(尖閣) 열도 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해군력이 약한 나라는 해양 영토 분쟁 시 결국 밀리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해 이제 우리도 항공모함을 가져야 한다.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
#시론#항공모함#해양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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