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C기자, 빨간 하이힐 신은 까닭은?”… 2010년 O₂ 여기자들이 만난 스타 뒷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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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0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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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샤먼은 저세상을 여행하며 정령과 사령의 말을 산 자에게 들려준다. 대중문화 담당 기자 역시 중개자와 매개자로서 스타들의 말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 애쓴다.

2010년 한 해 동안 동아일보 대중문화 웹진 O₂가 만난 연예인은 60여 명이다. 한 주에 한 명 이상 꼴로 만났다는 뜻이다. 햇빛이 비치지 않는 우물 속 깊은 물을 길어 올리듯 스타들의 속내를 끌어내어 인터뷰 기사에 담아냈지만,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한 보따리다.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며 O₂가 만난 이들과의 인터뷰 후기를 대방출한다. 기자로서, 때로는 팬으로서 궁금했던 이들의 '생얼'과 '속살', 리얼한 뒷얘기를 담은 에피소드들이다.

▶ 1년 기다리고, 1시간 전에 엎어지고…

스타 만나기는 그야 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당연히 '잘 나가는' 스타일수록 그렇다. 섭외가 잘된다는 이유 하나로 '못 나가는' 스타에게 인터뷰를 청할 수도 없으니, 인터뷰에도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따른다.

-가장 어렵게 만난 스타는 누구였나.

△김아연 기자=1년 연락해서 만난 가수 아이유다. 올해 초 예능프로그램 나와서 기타들고 노래하는 것 보고 독특해서 인터뷰하자고 했었는데 소속사에서 앨범 나오면 하자고 해서 미뤘고, '잔소리' 음반 나오고 연락했는데 이번 앨범은 활동하지 않을 예정이니 정식 앨범 나오면 하자고 또 미뤘고, 이후에도 간혹 연락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12월 초 신혼여행 갔을 때 연락이 왔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전화가 와서 자다 깼는데도 반갑기만 하더라.

△김현진 기자=다니엘 헤니는 정말 우여곡절 끝에 만났다. 헤니 소속사에 '도망자:플랜 B'에서 헤니 비서로 나왔던 유리엘처럼 영어 잘하고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연예인들이 많아 인터뷰에 따른 파급력을 깊게 생각해서인지 인터뷰 결정을 어렵게 내리는 편인 듯 했다.

인터뷰 약속이 수차례 엎어졌다 부활하다를 반복했는데, 결국 약속 시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못하겠다는 연락이 와 당황했다. 단독 인터뷰라 나름 공을 들여 준비했었는데 말이다. 주말이라 집에서 가방 메고 나가려던 참이었고 광활한 지면이 예정돼 있는 상태여서 눈앞이 깜깜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성사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최현정 기자=포기했는데 성사된 '자이언트' 박상민이다. 1000억대 갑부라는 루머도 있었고 이혼 소송 중이어서 인터뷰를 꺼렸다. 심지어 소속사 연락처 아는 것조차 힘들었다. 방송사에서도 전 매니저 연락처만 있어서 제작사 통해서 겨우겨우 소속사 대표 연락처를 얻었다. 소속사 대표가 처음에는 전화 받다가 인터뷰 요청이라는 것을 안 뒤부터는 전화를 안 받았다. 그래서 문자로 안부 묻고 드라마 모니터해서 보내고, 그러다 마지막 문자에 '인터뷰 마감은 다음주 화요일 오전입니다. 대신 사생활은 묻지 않겠습니다'라고 보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속사 대표가 그 문자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다고 하더라. 문자를 박상민에게 전달했고, 그가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게다가 인터뷰에서 묻지도 않았는데 박상민이 먼저 자신의 인생 등을 솔직하게 다 말해줬다.

인터뷰하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 박상민. 전화도 받지 않는 소속사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드라마 모니터, 안부 등을 문자로 보내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사진제공 SBS
인터뷰하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 박상민. 전화도 받지 않는 소속사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드라마 모니터, 안부 등을 문자로 보내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사진제공 SBS

-가장 말 많았던 인터뷰이는?

△김아연=마찬가지로 아이유였다. 주말인데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아이유가 좀 늦게 도착했는데, 그 바람에 인터뷰 시간이 저녁 시간과 겹쳤다. 그래서 인터뷰 시간을 걱정했는데 아이유가 '알차게 대답하겠다'며 걱정하지 말라더라. 그리고 정확히 60분 동안 1만5000자 분량의 말을 했다. 질문 좀 정리하게 잠깐 쉬자고 했을 정도로 말이 빨랐고 질문이 끝나자마자 속사포처럼 답을 쏟아냈다. 앨범 발매 후 첫 인터뷰여서 그런지 본인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고, 원래 생각도 좀 많은 편이라고 했다.

△김현진=반대로 말이 느린데도 잘하기도 하고 많이 하기도 했던 이는 '추노'의 장혁이다. 1시간 여 녹취한 내용을 풀어 놓고 보니 역시 2만자에 육박할 정도였다. 인터뷰 끝나고 '정말로 말 이렇게 잘 하는 줄 몰랐다. 말이 느린데 그래서인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얘기했더니 장혁도 '느린데 많다. 말 많은 거 나도 잘 안다'라고 하더라.

△최현정=엽기가수 노라조였다. 40분~1시간 예상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길어졌다. 마지막에 "인터뷰 감사합니다"라고 하고 녹음기를 껐는데도 안 가는 거다. 40분 정도 더 이야기한 것 같다. 인터뷰가 그날 마지막 스케줄이어서 그런지…. 특히 평소 말이 없는 이혁이 말을 많이 했다. 이혁이 일본 만화 '괴짜가족'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마침 나도 그 만화를 좋아해 말문이 트였다. 기사에 쓸 수는 없는 잡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배우 장혁은 말이 느렸다. 그리고 의외로 말이 많았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배우 장혁은 말이 느렸다. 그리고 의외로 말이 많았다.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인터뷰 스케줄 관련한 에피소드는?

△김아연=인터뷰하면서 스타들의 스케줄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라디오 DJ인 그룹 '슈퍼주니어'의 이특 은혁을 만났는데 프로그램이 오후 12시에 끝나니 당연히 마지막 스케줄일 것 이라는 생각에 여유롭게 인터뷰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라디오가 끝나고 새벽에 안무연습이 있었다. 안무 연습이 끝나면 또 체력단련 하러 헬스장에 간다더라.

△최현정=그러고 보니 박상민도 단독 인터뷰를 길게 했다. '자이언트' 촬영장에서 만나다보니 촬영 중간 중간 하는 바람에 인터뷰가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인터뷰 마친 내게 악수까지 하며 아쉬워했다.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김현진=인터뷰를 하다보니 한 장소에서 기자들 순서 정해놓고 하는 릴레이 인터뷰는 연예인들도 지쳐 보이고 기자에게도 영양가 있는 인터뷰가 되기 어려운 것 같다. 그 날의 마지막 스케줄로 잡힌 단독 인터뷰가 여유롭고 가장 좋은 듯 하다. 또 스타들의 스케줄에 맞추다보니 신문 기자들에겐 유일한 휴일인 토요일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만큼 스타들도 사생활이 없다는 뜻이겠지만.

-가장 화끈했던 인터뷰이는 누군가?

△최현정=주상욱이 화통했다. 사전 제작 드라마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기 친한 사람들 몇 명에게만 보여주고 반응이 좋으니 밀고 가서 그렇다'고 했고, 드라마 방영 중 입대한 절친 연기자를 옹호하면서 '미니시리즈를 느리게 찍은 제작진 문제도 크다'고 의리를 보였다.

지금부턴 이니셜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중견배우 A는 자신의 연기에 자부심이 많아서인지 인정하는 배우가 많지 않았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주인공급 배우에 대해서도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이 뽀록났다'하거나 TV에서 '대물'이 방영되자 권상우의 대사 '시정하겠습니다'를 '시덩하겠습니다'로 따라하면서 발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현진=젊은 여배우 B도 화끈했다. 본받아야 할 선배를 물어보자 한참 생각하다가 선배 연기자 한 명을 겨우 말하더니 매번 촬영에 늦는 선배 배우도 있다며 본받지 말아야 할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먼저 말했다.

△최현정=인기 드라마 주연 C씨를 인터뷰한 인연으로 다른 주연배우들과 술 한 잔을 하게 됐는데, 이 사람들이 대단히 솔직했다. 청담동 한 카페에서 후배 배우 D를 만났는데 인사 안하고 지나가더라, E는 술만 마시면 선배들에게 반말하고 이것저것 시켜 꼴불견이더라는 얘기를 쉬지 않고 털어 놨다. 운동권 같은 연기파 배우 F, 소탈하게 보이지만 실은 공주병인 스타 G 등의 뒷이야기 듣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배우 주상욱은 가장 화끈했던 인터뷰이이자  가장 잘 먹은 인터뷰이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배우 주상욱은 가장 화끈했던 인터뷰이이자 가장 잘 먹은 인터뷰이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청산유수 아이돌에 짠한 마음도

△김아연=아이돌을 많이 만나다보니 뒷이야기가 거의 없다. 아이돌은 인터뷰할 때 매니저가 대부분 동석한다. 사전에 질문지를 달라고 해서 질문을 통제할 때도 많고 현장에서 제지당하기도 한다. 일부 발언을 빼달라고 하기도 한다. 교육을 워낙 잘 받고 데뷔를 해서 그런지 신인도 말을 잘 한다. 이특 은혁 인터뷰했을 때도 '키스 더 라디오' 관계자가 '두 DJ는 첫 날부터 매끄럽게 진행을 잘 했다.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김현진=아이돌에게서 사회생활 20년 한 것처럼 정제된 모습이 나온다는 게 측은해 보이기도 하다. 인터뷰할 때 동영상을 찍기도 하는데 중견 배우들도 인터뷰하다 카메라 들이대면 실수하고 매끄럽지 않게 넘어갈 때가 있는데 아이돌은 카메라를 대면 앵무새처럼 나온다.

제대로 흘러가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재밌는 해프닝이 일어났으면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 즉 연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인터뷰가 좋다. 갑자기 식사를 같이 하게 된다거나 급작스런 스케줄이 생겨 이동하면서 인터뷰한다거나. 스캔들에서 자유롭고 경력도 어느 정도 있어 매니저가 터치 하지 않는 유부남 유부녀 스타들은 상대적으로 그런 게 가능해 좋은 것 같다. 반면 아이돌은 철옹성에 갇혀있는 느낌이어서 아쉽고 안타깝다.

△김아연=박유천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돌은 만나면 무조건 90도로 굽혀 '안녕하세요' 인사한다. 예의바르지만 살갑지는 않다. 박유천은 소속사의 철저한 관리 받았을 때 답답한 것들이 많았다면서 먼저 악수하자고 하고 기자들과도 연락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질문지 검열도 없었고, 시간 상 준비한 질문의 일부를 빼자 인터뷰에 동석한 매니저가 질문지를 힐끔 보더니 질문이 빠졌다고 물어보라고 알려주고 시간을 추가로 내주기도 했다.

-가장 말 잘하는 인터뷰이는?

△김현진=윤시윤이었다. 인터뷰하다 윤시윤이 기독교인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확인해보니 윤시윤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자신이 잘 풀리는 이유를 말할 때도 종교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완급조절하고, 훈련받은 것처럼 얘기하긴 하지만 아이돌의 그것과는 달리 생각해서 말하고 조리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다보면 중언부언하고 주어와 술어가 다르기 마련인데 윤시윤은 말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문장이 되고 어록이 됐다. 인터뷰를 하고 나니 '나쁜남자'와 '로드넘버원'이 타 방송사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있는 상황에서도 그가 주연을 맡은 '제빵왕 김탁구'가 선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내공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섹시한 빨간 원피스를 입고 와서 차분하게 조근 조근 말하던 한은정도 기억에 남는다.

△최현정=소지섭이다. 일본에서 2008년 영화 '게게게 노 키타로 2'를 찍은 적이 있다. 가발 쓰고 요괴역을 했는데, 누리꾼들 사이에 희화화되고 있었다. 그에게 왜 찍었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서운했는지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라고 정색했지만 잘 넘어갔다.

△김아연='소녀시대' 태연도 말을 잘 했다. 기사 데스킹한 우리팀 차장이 '이 말들을 태연이 한 게 맞느냐고' 할 정도였다. 라디오 DJ나 뮤지컬에서 워낙 재능을 보여줘서 잘난 척 할 법도 한데 자신이 소녀시대 멤버임을, 그래서 소녀시대 활동이 1순위임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데 인터뷰에 보여서 예뻤다.

△최현정=공형진, 한정수도 달변가였다. 공형진은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도 해서 예상했던 터라 놀라지 않았는데 한정수는 놀랐다. 살짝 이념가랄까, 의식 있는 연기자였다.

'소녀시대' 태연은 라디오DJ, 예능프로그램 MC로 활약한 덕인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소녀시대' 태연은 라디오DJ, 예능프로그램 MC로 활약한 덕인지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인터뷰도 연애와 비슷해

-가장 설렌 인터뷰이는?

△김현진=최현정 기자에겐 한정수일 것 같다. 인터뷰 날 처음 보는 빨간 하이힐을 신고 출근해 동료 기자들이 모두 놀랐다. 인터뷰 장소로 총총거리며 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왜 그랬나. 원래 김남길 팬이지 않나.

△최현정=김남길이 '선덕여왕' 끝나고 잠깐 쉴 때였기 때문에 '추노'를 봤다. 한정수는 실제로 보니 참 멋진 연기자였다. 나중에 인터뷰 기사 보고 직접 전화까지 걸고. 사실 가장 설렌 사람은 김남길이다. '나쁜 남자' 제주도 촬영 뒷풀이 회식 때 봤는데, 당시 내가 독감으로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여기자들이 모두 김남길 팬이라고 모여드는데 정작 나는 그 옆에 가지도 못했다. (일동 웃음)

△김아연=최현정 기자는 입대스타 군 헤어스타일 관련 기사 쓰면서 김남길 사진이 필요했는데, 매니저한테도 전화하지 못했다.

△김현진=연애할 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나. 정말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왠지 마음을 솔직히 전하지 못하는…. 하하.

△최현정=눈을 내리깔며 소맥(소주+맥주)을 마시는 김남길은 속눈썹이 무척 길었다. 삼겹살 안주를 먹는데 수염이 강아지풀 바람에 나부끼듯 움직이고, 멀리서 보면 키 크고 무섭게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면 청순하다.

△김아연=나는 유아인이다. 뻔한 질문을 싫어해서 준비해간 질문지 버리고 인터뷰 했었는데 그 느낌이 좋았다. 이후로도 질문지를 준비는 하지만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얘기 도중에 유아인이 인터뷰 꺼린다며 본인의 이야기가 기사로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 또한 기자 입장에서도 인터뷰이 반응이 궁금한데 연예인을 만나면 그 반응을 알아보기 힘들어 답답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기사가 나오자 유아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링크를 올리고 미니 홈피에 기사 마지막 두 단락을 올렸다. 반응을 직접적으론 알 수 없었지만 유아인이 트위터나 미니 홈피에 자신의 기사를 올리는 일이 드물어서 만족했었다. 나중에 관계자를 통해 듣게 됐는데 내가 블로그에 올린 인터뷰 후기까지 유아인이 봤다고 해서 놀라기도 했다.

△김현진=올해 절반 이상을 임신 중인 상태로 보내 연애 호르몬이 고갈돼서인지 이성으로서 설렌 인터뷰이는 없었던 것 같다. 다만, 배부른 모습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면 감동을 받곤 했는데 여자 스타들은 모두 임신 몇 주차냐, 아들이냐 딸이냐 등 관심을 많이 보였다.

반면 남자 스타들은 대부분 데면데면한 편이었는데 유독 다니엘 헤니가 염려하는 듯한 말을 많이 했다. 주상욱, 윤시윤, 김인권도 임신에 관련해 축하와 격려 메시지를 남겼던 것 같다. 기자의 사생활이 뭐가 궁금할까 싶은 이들이 그런 얘기까지 꺼내는 걸 보고 '따뜻한 사람이구나', 또 '현재 또는 앞으로 좋은 아빠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가장 4차원이었던 스타는?

△김아연='4차원'으로 알려진 김희철이다. 나랑 인터뷰 하면서도 "요즘 기사 같은 기사가 있나요?" "연예계 돌아가는 것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다" 등 다른 연예인들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보통 아이돌이 이런 발언을 하면 매니저가 제지하기 마련인데 김희철 매니저도 옆에서 웃기만 했다. '4차원'으로 알려진 최강희는 의외로 평범했다.

△최현정=박성광이다. 동영상 기자와 함께 갔는데 인터뷰 내내 동영상 기자에게 작업을 걸었다.

△김현진=홍종현이긴 한데, 4차원이라기보다는 풋풋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머리 깎인 이야기도 다 하고 솔직하고 거침없었다.

-실물이 가장 멋졌던 스타.

△최현정=노민우가 화면보다 정말 잘 생겼다. 키도 크고 귀티 나게 생겼는데 화면에 너무 얼굴이 크게 나온다. 실제로 보면 일본 인기 아이돌 야마삐(야마시타 토모히사) 닮았다. 김남길도 수염만 떼면 여자얼굴이다!

△김아연=박유천이 강아지처럼 귀엽고 잘 생겼다. 입을 조금만 움직이면서 조근 조근 말하는 게 여성스러웠다. 본인이 예쁘다는 것도 알고 있더라. '성균관 스캔들' 주인공 4명 미모 순위를 매겨달라고 했더니 여자인 박민영보다 자기가 예쁘다고 해서 팬들이 '믹부심(믹키유천+자부심) 최고'라고 놀렸다.

△김현진=유이가 예뻤다. 그 유명한 꿀벅지도 직접 보니 탄탄하고 두껍다기보다는 마른 편이었다. 글래머라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슬림한 스타일이랄까? 다니엘 헤니는 100% '순종'인 외국인보다는 얼굴이 커서 동질감 내지는 동족 의식이 느껴져 친근했다.

가수 유이는 실제로 만나보니 그 유명한 꿀벅지도 탄탄하고 두껍다기보다는 마른 편이었다. 사진제공 제일모직
가수 유이는 실제로 만나보니 그 유명한 꿀벅지도 탄탄하고 두껍다기보다는 마른 편이었다. 사진제공 제일모직

-직접 보니 기가 세서 몸을 사리게 한 스타.

△김현진=신은경이다. 눈빛을 보며 인터뷰 하다 보니 기 싸움하면 내가 지겠다 싶었다. 심지어 인터뷰가 끝난 뒤 나도 모르게 '팬이에요'라고 고백하게 됐다. 아우라에 눌렸다고 해야 할지….

△최현정=임수정도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엄청 말랐는데도 카리스마가 있었고 유도하는 대로 넘어오지 않았다.

▶ 무개념, 까칠, '과잉 보호형' 스타는 누구?

-무 개념 스타도 있었나?

△김아연=아이돌 그룹 A는 다루기 힘들었다. 인터뷰 전에 사진부터 찍었는데 사진기자가 특정 포즈를 요구하면 꼭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고 끝까지 응하지 않는 멤버도 있어 당황스러웠다. 인터뷰 도중에는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기도 했고 한 멤버가 이야기하면 다른 멤버들이 속닥이기도 했다. 게다가 한 멤버는 말 수가 너무 없어 지목해야만 답을 하기도 했다.

- 참 말이 없어 다소 난처했던 과묵한 스타는….

△최현정=엄태웅. 질문을 50개 정도 준비해갔는데 워낙 단답형이라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질문이 떨어졌다. 비슷비슷 질문의 답변을 붙여서 분량을 늘였다.

△김아연=온유도 그랬다. 스피드퀴즈처럼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원래 단답식이냐고 물었더니 원래 더 짧았는데 많이 길어진 것이라고 하더라.

- 가장 먹성 좋은 스타는 누구인가?

△최현정 김현진=함께 인터뷰한 주상욱이다. 우리가 먹고 있던 과자도 달라고 해서 먹고, 모자라서 매니저한테 같은 과자를 더 사다달라고 했다. 아마 세 봉지는 먹었던 것 같다. 인터뷰를 끝내고 결국 식사하러 갔다.

신은경도 밥심으로 일하는 것 같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식사할 예정이었는데 인터뷰가 길어지는 바람에 시간이 애매해졌다. 매니저인 친동생이 빵으로 간단히 때우자고 했더니 신은경이 단호하게 "안돼. 나는 밥먹어야해" 했다.

-·반대로 잘 안 먹거나 못 먹는다고 생각했던 스타는?

△최현정=소지섭이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도 새 모이 먹듯 먹더라.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김아연=이시영도 잘 안 먹었다. 바나나주스를 시켰는데 한 입 마셔보더니 시럽이 들어있는 것 같다며 빼달라고 했다. 역시 뭔가 마시기만 해도 살이 찌는 체질이라 음식 조절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 가장 웃겼던 사람은 누구?

△최현정 김아연=역시 개그맨들이 웃긴다. 한 명 만날 때보다 팀으로 만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더 재밌더라. 김대범은 잔뜩 웃고 올 것이라 기대하고 만났는데 개그맨인데도 진지했다.

△김현진=의외로 다니엘 헤니였다. 영어로 인터뷰를 했는데 한 마디 한 마디 단어 선택하는 것을 보면서 되게 웃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 강아지가 한국어만 한다면서 흉내내기도 하고…. 그런 모습이 웃기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농담 잘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니저도 한국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한국어가 주가 돼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모국어인 영어를 구사할 때만큼의 인간적인 모습이 드러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가장 단서가 많았던 스타는?

△김아연=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질문지 검열을 한다. 그리고 인터뷰 시간을 길게 주지도 않는다. 보통 인터뷰에 1시간을 주는데 아이돌은 15분 정도 주는 경우가 많아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 그 중에서도 H는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소속사에 먼저 보여달라고 했고, 인터뷰 시간도 10분을 주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다.

△김현진=아이돌 걸그룹 출신 C는 매니저가 인터뷰 직전에 내 손에 들린 질문지를 갑자기 가져가더니 막 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질문은 빼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질문지가 '앙꼬 빠진 빵' 이 된 느낌이 들었다.

△최현정=한 유부녀 스타는 기사에 육아 이야기를 썼더니 매니저가 전화해서 여성지 인터뷰 같아서 싫다고 그 부분을 다 빼달라고 했다. 엄마 이미지로 광고까지 찍은 스타라서 배신감이 컸다. 그 스타는 그 후 여성지 인터뷰도 한 걸로 안다.

- 인터뷰를 하고 기자 주변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스타는?

△김아연=박유천이 압도적이었다. 기사가 나가자 사내 여기자들이 갑자기 메신저와 쪽지로 실제 만난 소감,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고, 어떻게 선준이를 혼자 만났냐고 물어왔다. 육아휴직 중인 한 후배도 메일을 보내와 복직하면 만나자고 했다.

친구들을 만나도 박유천 인터뷰한 기자가 너였냐며 부러워했다. 박유천을 '성균관 스캔들' 방송 초기에 만나 단독 인터뷰 했는데 종영 때까지 다른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성스' 끝날 때까지 우리 기사가 꾸준히 화제였다.

'JYJ' 앨범 발매기념 쇼케이스 스케줄과 병행하느라 시간이 없어서이기도 했겠지만 팬들은 SM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소송이 문제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 초반 박유천에 대한 기사가 별로 없었고 한 연예프로그램에서 '성스' 촬영장을 찾았는데 주연배우인 박유천을 취재하지 않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김현진=장혁, 다니엘 헤니가 아무래도 사내 반응이 뜨거웠다. 여기자들로부터 '왜 혼자 나갔느냐'는 성토를 많이 받았다. 유이 인터뷰가 나가고 나자 한 남자 동창이 내게 "배신녀"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최현정='검사 프린세스' 종영 직후 만났던 박시후가 반응이 좋았다. 종방연 직전에 만났는데 우리와 인터뷰한 뒤 중국, 일본으로 날아가 버렸다. '서변앓이'로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한동안 박시후의 인터뷰를 볼 수 없었고 우리 기사가 상당기간 회자되며 화제였다.

2010년, 60여명의 스타를 만나기 위해 접촉한 이들은 사실 수백 명이 넘는다. 올 한해 O₂에 조심스레 마음을 열어준 스타들에게 감사한다. 또 2011년을 빛낼, 새로운 인연을 기대해본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 오·감·만·족 O₂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news.donga.com/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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