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遷都논란]<4>수도 이전의 경제학

  • 입력 2004년 6월 1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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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수도 이전 계획을 본격화하면서 총 45조6000억원(이중 정부 재정지출은 11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효율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수도 이전의 기대효과로 수도권 과밀 해소, 국토 균형발전, 건설산업 활성화를 통한 국내총생산(GDP) 증가 등을 들면서 이미 타당성 검증은 마쳤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발(發) 프로젝트’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즉 한정된 국가 자원을 한 가지 사업에 집중 투입하려면 그 대가로 다른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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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수도 이전 재원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개발(R&D) 투자에 돌리는 게 훨씬 낫다는 주장도 있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의 R&D투자는 17조3000억원(이중 정부 부문은 5조1000억원)으로 세계 8위권.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아직도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첨단 분야가 그렇다.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는 미래형 자동차의 R&D 투자도 마찬가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은 초기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통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을 해준다. 미국은 연료전지차 개발에 2003년부터 5년간 7억달러(약 8400억원), 고효율 자동차 기술개발에 매년 1억3000만달러를 지원한다. 유럽연합도 2002년부터 2006년까지 21억유로(약 2조9400억원)를 지원한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10대 미래전략산업 중 하나로 미래형 자동차 사업을 선정했으나 올해 지원예산은 251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10대 미래전략산업 R&D 투자 총예산은 5177억원. 정부가 수도 이전에 투입하는 11조3000억원은 올해 10대 미래전략산업 R&D 예산의 21.8배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언오(李彦五) 전무는 “지금은 도시나 도로와 같은 하드웨어에 투자하기보다 R&D, 우수한 인력개발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 투자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자 효율성도 검증해봐야=정부는 수도 이전이 본격화되면 건설산업이 활성화돼 GDP 증가효과가 있으며, 2030년까지 연인원 기준으로 36만9000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행정서비스를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만일 100억원을 수도 이전에 투입하면 수도 이전지역에는 플러스 효과가 있지만 다른 지역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 반면 같은 금액을 강원의 정밀기계산업, 전북의 수송기계산업, 경북의 전자정보산업 등 낙후된 지역의 전략산업에 투입하면 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또 수도 이전으로 수도권 인구 51만여명이 감소할 것이란 정부 전망에 대해서도 “이는 공무원 가족 전체가 이사하는 것을 전제로 추산한 수치”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원은 “맞벌이 가구도 많고 다른 가족의 교육 및 취업 여건을 고려해 공무원 혼자 이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인구 분산효과는 11만7000명에 그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수도권 과밀문제 해결과 균형발전은 가능한가=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는 “신행정수도 건설로 ‘서울제일주의’라는 편향된 가치관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며 “이는 화폐로 계산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라고 밝히고 있다.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이주영(李周榮) 교수도 “수도권과 비(非)수도권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신행정수도 건설은 국민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金京煥) 교수는 “지방 분권화 없이 수도만 이전할 경우 충청권만 집중 개발하는 결과를 초래해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수도 이전 건설투자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전체 생산 유발효과의 52.5%가 충청도에 집중될 것으로 추산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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