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국 응원문화/브라질]노란색 옷입고 정열의 삼바춤

입력 2002-05-22 18:41수정 2009-09-18 02:46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 강서구 한강변에 자리잡은 그의 아파트 거실에서는 멀리 월드컵경기장이 보였다. 뜨거운 열기가 몰아칠 축구장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는 설렘이 내비쳤다.

아시아나항공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브라질출신의 고우토 질 기장(41). 브라질의 축구 응원문화가 궁금하다고 했더니 동료 조종사들에게 전화 연락을 했고 집안은 금세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떤 이는 국기를 챙겨왔고 브라질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축구를 화제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브라질은 축구로 해가 뜨고 진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으로 지난해 1월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한 질 기장은 다음달 13일 수원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전 입장권을 예매해 뒀다. 아시아나 항공 조종간을 잡고 있는 12명의 브라질인 동료 가운데 몇 명과 그 가족이 동행할 계획. 비행 스케줄과 집안 사정 탓에 브라질의 예선 3경기를 모두 보러갈 수는 없어 아쉽단다.

“관중이 워낙 많아 한국처럼 응원막대를 두드릴 수 있는 공간조차 없습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는 일년 열두 달 어딘 가에서는 경기가 열리고 있다. 20개가 넘는 리그가 있고 리우데자네이루의 경우 A급 팀 만해도 10개가 넘는다는 것이 질 기장의 설명. 경기장을 찾는 관중은 대개 좋아하는 클럽팀의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이 워낙 인기여서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학교에 유니폼을 입고 갈 정도. A매치에는 브라질 국기의 색깔이며 대표팀을 상징하는 ‘카나리오’라는 노란색 의상이 대중을 이룬다.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한 응원보다는 끼리끼리 흥에 겨워 삼바춤을 추거나 박수를 치는 즉흥적인 응원전이 특징. 길이 50m나 되는 대형 깃발이 등장하고 국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파도타기 응원도 볼 수 있다. 폭죽과 불꽃놀이가 경기장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기도 한다. 축구장 입장료는 보통 3∼15달러 수준이어서 부담 없이 경기장을 찾는다. 과격 응원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국과 일본이 숙적이라면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라이벌로 꼽힌다.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맞붙기라도 하면 응원전은 더욱 뜨거워진다. 질 기장은 “한일관계처럼 역사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고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르헨티나를 남미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려는 분위기가 작용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고우토 질 기장/아시아나항공

브라질 관광업계는 이번 월드컵에 7000명 정도의 자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추산했다. ‘영원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와 달리 질 기장은 “브라질의 전력이 약해져 4강 정도만 들어도 최선의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신이 브라질 최고의 선수로 꼽는 히바우두가 골을 넣은 뒤 유니폼 상의를 머리 위로 끌어올려 뒤집어쓰는 특유의 골 세리머니를 월드컵에서 자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고향에 있는 누이에게 응원도구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는 질 기장은 “흥분한 내 모습이TV 카메라에 잡혀 회사 사람들이라도 보게되면 항공기 안전 운항에 악영향이 있을까 걱정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목청껏 소리쳐 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