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수도권][건설]´청계천 살리기´ 현실성 있나

  • 입력 2002년 4월 23일 16시 09분


《청계천 복원 문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인 이명박(李明博) 후보는 22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는 “이상적이긴 해도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후보도 청계천 복원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으며 시장에 당선된다면임기 4년간 ‘치밀한’ 복원 계획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인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는 몇 년 전부터 “600년 고도인 서울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청계천을 복원해야 한다”며 연구 작업을 해왔는데 이 후보 측이 이번에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청계천 복원 문제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주내용은 ‘청계고가를 철거하고, 광교∼평화시장∼중랑천 7.8㎞ 구간의 복개하천을 복원하는 동시에 주변 18만여평을 재개발해 강북 재개발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비용과 공사 기간〓청계천살리기연구회 소속 전문가들은 청계천 복원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며 복원의 타당성을 역설해왔다.

연구회가 추정한 청계천 복원사업 비용은 운하 건설을 포함한 공사비 9400억원, 경량전철 사업비 약 3900억원, 재개발사업비와 보상비 약 11조원 등 총 12조3461억원이다. 공사기간은 5년, 개발 기간은 10∼15년이며 공사비용의 대부분은 도심 재개발 수익 등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운하가 아니라 수심 20∼30㎝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면 총공사비 3600억원, 공사기간 3년6개월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측은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위험한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6조2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서울시로서 막대한 사업비를 조달하기 어려우며 공사 기간도 상가 세입자들이 보상금 등을 요구하며 버틸 경우 예상 밖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후보는 “단순 복원비용 3600여억원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 이전, 토지 수용, 환경 복원 등에 10조원에서 최대 30조원까지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 집행의 우선 순위 및 비용 대비 효과를 볼 때 다른 하천을 복원 정화하는 것과 청계천의 경우를 잘 비교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량과 수질 문제〓연구회는 청계천을 자연 하천으로 복원하는 데 필요한 하루 유수량은 4만t 정도이고, 배가 다닐 정도의 운하를 건설하는 데는 6만t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하철 지하수 2만여t과 중랑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물 2만∼4만t을 끌어오면 물 문제는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 후보 측이 제시한 지하철 지하수 양이 과장돼 있다”며 “단순 복원만 하더라도 청계천은 수량이 적은 ‘건천(乾川)’이어서 주위 환경을 고려할 때 수질을 보장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교통 문제〓청계고가 철거에 따른 교통 대책에 관해서도 의견은 엇갈리는 편이다.

연구회는 “청계고가를 철거하더라도 청계천 남북단에 각각 2차로를 건설해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면 시속 19∼22㎞ 정도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은 나아가 남북단도로를 각각 3차로로 넓히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김 후보 측은 “청계고가가 하루에 처리하는 교통량을 감안할 때 주변지역 정체가 극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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