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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루그먼 칼럼]‘규제철폐 만능論’ 환상 버려라

입력 2001-02-19 18:56업데이트 2009-09-2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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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영국의 작가 존 해링턴은 “반역은 성공할 수 없다. 왜 그런가. 만약 성공하면 누구도 반역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지”라고 말했다. 이 말을 요즘 일에 빗대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규제철폐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무슨 뜻인가. 실패하면 진정한 규제철폐가 아니었다고 말하면 되니까.”

캘리포니아의 전력난은 규제철폐의 위험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이다. 자유시장의 신봉자들은 풍부하고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기대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전력부족으로 가격은 치솟았고 대기오염 규제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런 사실에도 규제철폐에 잘못이 없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간섭하기 좋아하는 관료들이 진정한 규제철폐를 방해해 ‘이도 저도 아닌’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견은 자유시장 신봉자에게 자신의 신념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구실을 제공한다. 또 다른 주정부에 제대로 규제철폐를 하면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전력시장에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업자와 이를 사서 소비자에게 되파는 유틸리티 업체가 있다. 규제철폐에 따라 발전업자와 유틸리티 업체간의 도매시장은 자유화됐으나 소매가는 여전히 주정부의 통제를 받았다. 도매가가 치솟더라도 소매가가 고정돼 있어서 소비자는 전력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소매가의 고정은 도매가 폭락에 대비해 유틸리티 업체를 보호하려는 조치였으나 결과는 빗나갔다. 이는 불완전한 규제철폐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매가가 자유화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사람들은 소매가가 치솟는 것을 참지 못한다. 전력위기가 있기 전 소매가를 자유화한 샌디에이고에서 치솟는 전력요금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낸 것이 좋은 사례다.

두 번째 단면은 전력도매시장에서 장기계약을 못하도록 막은 것에서 볼 수 있다. 단기계약만 가능하게 되자 도매가 상승은 유틸리티 업체의 도산을 부채질했다. 또 주정부는 전력수급을 맞추려고 수십억달러를 쏟아붓는 상황에 처했다. 장기계약이 가능했더라면 지금처럼 발전업자의 시장지배력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장기계약을 막은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1999년 유틸리티 업체들은 장기계약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주정부에 탄원서를 냈고 소비자단체도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관료들은 발전업자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닥쳐 유틸리티 업체의 요구를 거절했다. 물론 발전업자들은 이 과정에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전력난이 규제철폐가 아닌 사회주의적인 생각을 지닌 정치인들 때문에 생겼다는 소문도 있다. 아직까지도 규제철폐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식의 변명은 그만두고 캘리포니아에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지 냉철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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