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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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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5회 무역의 날 기념식. 각종 훈장 및 수출의 탑 수상자들이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모였다. 그 가운데 유독 파란 눈의 외국인 한 명이 눈에 띄었다. 네덜란드계 제약사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의 마이크 슬레이펀 부사장.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이날 ‘1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부분의 다국적 제약사들은 한국에 있던 공장을 중국 등으로 옮기고 의약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계 제약사의 1억달러 수출의 탑 수상은 이례적인 ‘뉴스’로 꼽혔다.
이 회사는 1999년 녹십자의 백신을 만드는 자회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2000년 4월 네덜란드 라인바이오텍그룹에 인수되면서 외국계 기업으로 바뀌었다. 이후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인 베르나바이오텍그룹과 크루셀그룹이 차례로 인수했다. 지금은 크루셀그룹의 한국 지사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먼저 한국에 생산 공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사가 꾸준히 투자도 늘리고 있다.
공장은 2000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설립됐는데 주로 백신 제품을 생산한다. 크루셀 본사는 한국 지사에서 발생한 이익금을 모두 한국 내 백신 개발 및 생산에 재투자했다. 7년 동안 재투자한 금액은 약 1680억 원.
본사는 용인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도 꾸준히 했다. 덕분에 용인공장은 미국 등 제약 선진국의 ‘의약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최신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백신 공장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매년 동남아시아 바이오산업 전문가들이 방문해 공장을 견학하고 백신 생산 및 관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베트남 하노이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백신 공장인 ‘바바이오텍’이 들어설 때 이 회사가 GMP시스템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에서 직접 연구개발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생산 또는 판매하는 주요 백신은 7개다. 그중 ‘헤파박스 진’, ‘헤파박스 진 티에프’, ‘퀸박셈’ 등 3개 제품은 국내에서 직접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규정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까지 충족시켰기 때문에 이 의약품들은 세계 90여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본사의 꾸준한 투자에 힘입어 이 회사는 지난해 960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91%. 높은 수출 비율은 수출탑 수상으로 이어졌다.
안상점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로서 수출 역군이 돼 한국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이 자랑스럽다”며 “결국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백신의 품질이 수출 1억 달러를 이루게 한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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