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色이다]간판 색도 마케팅이다

  • 입력 2005년 3월 24일 15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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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손님을 끌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나라 간판은 건물을 온통 도배하다시피 클 뿐 아니라 대부분 요란하다. 원색은 시각을 강하게 자극해 쉽게 눈에 띄지만 주변 상황과 업종을 무시한 간판은 혼란을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대체로 음식점에는 빨강 주황 노랑과 같이 따뜻한 색으로 간판을 내건다. 맛있는 과일과 사탕을 연상시키는 색은 식욕을 자극한다. 파란색을 띠는 음식은 부패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음식점 간판으로는 파랑이 불리하다.

대신 파랑은 가전제품 매장이나 은행에 적합하다. 침착함과 심오한 지성을 연상시키는 파랑은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색일 뿐 아니라 신뢰를 상징하는 간판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파랑은 흥분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병원의 색으로도 좋다.

가구점이나 웰빙 용품을 판매하는 가게는 초록이 잘 어울린다. 초록은 자연과 건강을 암시한다. 가구는 초록이 무성한 나무로 만들고 초록 채소는 몸의 균형을 유지시켜 준다. 안전하고 문제없음을 뜻하는 초록은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색이다.

가장 눈에 잘 들어오는 노랑은 활발한 에너지와 기쁨을 주는 색으로 어린이 용품점이나 스포츠용품을 파는 매장에 곧잘 사용된다. 비타민을 연상시키는 건강보조식품 가게에도 노랑이 제격이다.

갈색은 영양분이 풍부한 땅에서 자란 밀이나 보리에 부합하는 색으로 빵집에 걸린다. 알맞게 구운 빵 또한 갈색이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분홍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분홍은 애교만점이라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과 행복을 상징한다. 진달래와 복숭아꽃색인 분홍 간판은 연약하면서도 다정다감하여 여성용품이나 성인용품점에 걸려있다.

하양을 주색으로, 검정을 보조 색으로 배색한 간판은 단정하다. 하양과 검정이 조화를 이룬 간판은 미용실의 색이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검정 머리카락과 하얀 피부는 예전부터 미인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장례용품을 파는 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로 검정 간판을 쓴다.

간판의 색은 그 가게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것이 좋다. 같은 업종이라도 중저가 옷을 파는 가게라면 오렌지색처럼 밝고 명랑한 색이 알맞고 명품 브랜드를 파는 곳이라면 채도가 낮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색이 좋다.

어린이를 위한 미술학원은 발랄한 노랑,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미술학원은 집중력과 관계 있는 파랑이 적합하다. 간판이 제시하는 색은 소비 대상과 잘 맞아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색은 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성기혁 경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khsung@kyungb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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