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 다이어리]부모로부터의 독립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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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간다고?”

대부분의 부모님은 집을 나가겠다며 독립을 선언하는 자식의 말에 눈을 부릅뜬다. 여기엔 ‘편한 집을 놔두고 왜 혼자 살아’라는 질타도 묻어 있다.

“얘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딸 가진 부모가 자식의 맞선 자리에서 상대 남자의 부모에게 으레 하는 말이다. ‘부족한 자식’이란 겸양이지만 뒤집어 보면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곱게 키웠다’는 은근한 자랑이다.

이런 부모에게 ‘고이 지내다 결혼하는 게 좋다’는 고정관념을 차버리고 집을 나가 혼자 살겠다고 말하는 딸자식이 예뻐 보일 리 없다. 예뻐 보이기는커녕 ‘오냐, 이제부터는 혼자 멋대로 막살겠다는 거지?’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다.

부모의 이 같은 반응에는 ‘걱정과 염려’가 깔려 있다. 실제로 나약한 정신 자세로는 참으로 버티기 힘든 게 싱글 생활이다.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방탕해지기 쉽고, 무계획적으로 대충 살고 게을러지기 십상이다.

무너진 자신을 타박하며 뭔가를 빨리 이뤄내야겠다고 조급하게 굴면 우울증까지 오기도 한다. 이런 싱글에게 순간순간 엄습하는 외로움은 치명적이다. 싱글 생활에선 먼 미래를 위한 거창한 계획보다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알뜰함이 필요하다.

진정한 ‘싱글 선언’은 혼자 사는 것을 만류하는 지인들과 가족에게서 신뢰를 쌓아 인정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혼자 힘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철저히 수입과 지출을 관리해야 한다. 싱글 생활의 외로움을 쇼핑이나 사치로 해소하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그야말로 ‘잠자리만 독립한’ 싱글들을 여럿 봤다. 세상이 어디 그리 만만한 적이 있던가.

싱글은 화려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마치 VIP 카드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화려한 싱글’이란 말을 들을 때까지는 주변에서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걸 의식해야 한다.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거든, 아니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을 누리려거든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큰 고통을 감수해야만 한다. 그래야 훗날 내가 누릴 화려한 싱글 생활이 더 값지지 않겠는가.

황명화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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