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듯 키운 ‘장학금 나무’

  • 입력 2008년 1월 1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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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유제덕 씨, 100만원씩 10년 모아 1000만원 기부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설움을 겪는 학생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는데 약속대로 10년이 됐습니다. 뿌듯합니다.”

11일 오후 충북 보은군 탄부면사무소에 100만 원짜리 수표를 내놓은 유제덕(62·탄부면 매화리·사진) 씨. 스스로 약속했던 ‘10년짜리 장학사업’을 마무리하고 환하게 웃었다.

탄부면에서 태어나 벼농사와 고추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이곳에서 산 유 씨는 1999년부터 해마다 100만 원을 면사무소에 맡기는 방식으로 장학사업을 하기로 했다. 2남 1녀를 둔 유 씨는 막내딸이 학업을 마치고 취직하던 해인 1999년 100만 원을 들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그는 “넷째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겠다”고 말한 뒤 10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면사무소를 찾았다. 탄부면사무소는 유 씨의 정성이 담긴 장학금을 차곡차곡 모았다. 여기에다 서울에서 건설업을 하는 제환명(60) 씨가 “고향을 위해 써 달라”며 2500만 원을 내놓자 이장 회의를 통해 불우이웃돕기와 장학사업을 위한 ‘탄부사랑회’를 만들었다. 유 씨는 “스스로 약속한 10년을 채워 기쁘다”며 “앞으로도 20년, 30년 새로운 약속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은=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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