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무비자 방한 15일 너무 짧아요"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04분


슬로베니아에 2002년 월드컵은 의미가 남다르다. 1991년 구(舊)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진출한 월드컵 무대이기 때문.

일본에 주재하며 한국까지 챙기는 베르나르드 슈라네르 슬로베니아 대사(40·사진)는 요즘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월드컵 관련 사안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1년간 한국을 방문한 것만도 세 차례. 최근에는 슬로베니아인의 한국 내 무비자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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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넘쳐나는 젊은이들의 활기와 열정에 깜짝 놀랐어요. 여성들의 정 재계 진출도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활발했고요. 제가 동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가 한국정부에 바라는 것은 자국인의 한국 내 무비자 체류기간 연장. 현재 슬로베니아인이 한국에 비자 없이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15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알찬 월드컵 관광을 하기에 15일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슬로베니아 관광청으로부터 월드컵 기간에 4000명의 슬로베니아인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체 인구가 200만명에 불과한 슬로베니아로서는 4000명이면 엄청난 숫자지요. 여행과 탐험을 좋아하는 슬로베니아인들이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무비자 체류기간 연장이 필요합니다.”

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을 보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배려와 홍보가 적은 것이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은 세계 수준에 조금도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5000년 역사의 한국에는 분명히 독특한 한국만의 문화가 있을 겁니다. 그것을 혼자만 알지 말고 세계인과 함께 공유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월드컵이 한국을 위한 ‘홍보행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 특히 이번 월드컵이 한일 공동 개최이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 일본과는 분명히 다른 한국의 고유 문화를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그는 충고했다.

“프라다, 샤넬 등 세계 유명 브랜드가 들어선 세련된 매장을 갖춘 고급스러운 서양식 호텔에서 머문 외국인들이 무엇을 기억할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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