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후의 성장엔진을 찾아라]<8>‘자동차 왕국’ 꿈꾸는 중국 미래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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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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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전기車택시 운행··· “드림카 시장 美를 추월하라”

지난해 12월 27일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선난로에 있는 덩샤오핑의 초상화 아래로 택시용 전기자동차 E6이 지나고 있다. 전기차를 영업용 택시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선전 시가 세계 최초다. 선전=구자룡 특파원bonhong@donga.com
지난해 12월 27일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전)의 중심가인 선난(深南)로 베이리즈 공원 남문 앞. 이곳에는 중국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초상화가 설치돼 있다. 높이 10m, 폭 30m의 이 초상화는 개혁 개방의 상징. 1992년 1월 덩의 남순강화를 계기로 그해 6월 선전 시가 세웠다. ‘당의 기본노선은 100년간 동요 없이 견지한다’는 문구가 중국의 경제 도약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다. 개혁 개방을 선도해 30여 년 만에 일본까지 제치고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려놓은 선봉이었던 선전에서는 또 다른 야심에 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제조업 왕국 미국’을 상징하는 자동차산업에서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다.》
○ 세계 첫 ‘영업용 전기승용차’

지난해 5월 선전 시 펑청(鵬程)전기자동차는 50대의 전기자동차 ‘E6’으로 영업용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곧 50대를 추가로 늘릴 예정이다. 영업용 전기자동차의 운행은 세계적으로 선전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중국의 토종 자동차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Build Your Dream) 자동차와 펑청자동차택시회사가 각각 45%와 55%의 지분으로 설립했다.

선전 거리에서 만난 E6은 우람한 느낌이었다. 중량이 약 2.3t으로 기존 영업용 자동차(약 1t)보다 무겁기 때문일까. 자동차 뒷면에는 배기 가스관 대신 ‘제로 배출(zero emission)’이라는 영문과 함께 중국어로 ‘이 차는 전통차가 아니라 환경보호 선언이다’고 새겨져 있다.

영업용 택시만 16년을 운전했다는 루스민(盧侍民) 씨는 “지난해 5월부터 E6을 몰았는데 소음이 적고 기름 냄새를 맡을 일이 없어 기존 자동차와 같은 시간을 운전해도 훨씬 덜 피곤하다”고 말했다.

휘발유차와 전기차를 함께 운행하는 펑청전기자동차는 전기차 운전자의 대부분을 경력 10년 이상인 모범운전자로만 선발했다. 루 씨는 “운전하고 다니면서도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성능에 대해서는 시동 후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약 7초가 걸리고 최고 시속도 140km까지 낼 수 있어 불편이 없다고 했다.


○ 경제성 우월한 영업용 전기차

E6은 한 번 충전으로 300km가량 주행할 수 있다. 일반 휘발유 자동차가 연료를 가득 채워 400∼500km를 달리는 것에 비하면 짧다. 하지만 선전 시에 따르면 시내에서 운행 중인 약 1만3000대의 영업용 승용차의 하루 평균 운행거리는 약 250km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E6의 하루 전기 소비량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비슷한 거리를 운행하는 휘발유 승용차의 20%에 불과하다.

E6의 가격은 29만9800위안(약 5096만 원)으로 일반 자동차(8만 위안)의 3배가 넘지만 중앙정부 보조금 6만 위안, 시정부 보조금 6만 위안을 빼면 17만9800위안으로 가격 차는 9만9800위안으로 줄어든다. 펑청전기차 리광한(李廣漢) 부총경리는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2년 남짓이면 자동차 가격 차는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용에 비해 자가용 전기승용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최고 속도도 낮으며 시외로 나가면 충전소도 없는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 아직 대중화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전 세계 관련 업체가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경쟁력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전에는 현재 5곳의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충전 속도는 중속(中速)과 만속(慢速)이 있는데 중속이면 1시간 반, 만속은 4∼5시간이면 완전 충전할 수 있다.

선전 시는 2012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시내 충전소는 땅값이 비싸 전기차의 운행 비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전 시는 2012년까지 2만 대가량의 영업용 택시 중 순수 전기자동차는 1000대, 하이브리드까지 포함하면 신재생에너지차를 4000대까지 늘리도록 제도적 지원을 할 계획이다.

영업용 전기차 승객 천타오(陳濤·28) 씨는 “전기차는 일반 택시를 탈 때 요금 외에 내야 하는 부가세인 유류세(2위안)를 내지 않아도 되고 승차감도 좋은데 차량 대수가 너무 적어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 세계로 가는 비야디

비야디는 이름에 걸맞게 성공적으로 꿈을 이뤄온 기업이다. 2005년 중국 토종 배터리 생산업체로 출발해 전기자동차 생산으로 선회한 뒤 급성장해 지난해 중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6위를 차지했다.

이 업체는 자동차 내연기관 기술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고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뛰어들어 2009년 6월 중국 최초의 전기자동차 F3DM을 생산했다.

지난해 5월에는 비즈니스위크가 발표한 ‘2009년 세계 최고 업적 100대 과학기술 기업’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가 이런 영예를 차지한 것은 비야디가 처음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2008년 2억3000만 달러를 들여 이 회사 지분 9.9%를 사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비야디는 지난해 11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전기자동차 합작생산 계약을 하고 올해 미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그 첫 번째는 연내 로스앤젤레스 시에 50대의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야디의 전기차는 도요타나 GM 제품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절반 정도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로스앤젤레스의 대중 교통수단이 중국의 전기차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이 업체는 전기차 기술 보안에도 철저해 선전 시 외곽 180만 m² 규모 공장의 생산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비야디 대외협력부 황쥐안(黃娟) 씨는 “아직 중국 언론에도 공개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를 대표하는 것 중 ‘캥거루 전략’이란 게 있다. 잠재력이 큰 산업을 선택해 기초를 탄탄히 다진 후 캥거루처럼 껑충 뛰어 절대적인 경쟁 우위로 세계 1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2009년 중국 개인 부호 1위에 오르기도 했던 창업주 왕촨푸(王傳福·45) 회장은 “2025년에는 비야디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업체로 키우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선전=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中정부, 전기차 구매자에 보조금▼


중국 정부는 선전 시에서의 전기자동차 실험 경험을 토대로 ‘영업용 전기자동차 운행’을 전국 주요 도시로 확대키로 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먼저 신재생에너지 차량을 일반 대중에 보급하기 위해 2009년 ‘신에너지 자동차 지원 표준’을 제정하고 차량 종류별로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1일부터 선전과 상하이(上海) 등 5개 도시에서 하이브리드 승용차 구입 시 최고 5만 위안, 순수 전기자동차 6만 위안, 연료전지 승용차 25만 위안 등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각 지방정부도 추가로 지원한다.

또 자동차 업체에는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택시와 버스업체에는 시범 운행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베이징(北京) 상하이 충칭(重慶) 등 전국 13개 대도시에서 일부 업체가 각종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를 시범 운행 중이다.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조철 박사(전 베이징 대표처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의 생산과 운행, 판매 등에서 정부가 전방위적 지원을 함으로써 미래 환경친화형 자동차 확대 기반을 구축하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도 이제 막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전통 화석연료 내연기관 자동차는 선진국에 비해 기술이 20년가량 뒤져 있고, 앞으로도 추월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중국은 이미 2009년 자동차 판매량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넓은 시장을 무대로 미래형 자동차를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중국의 자동차가 2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10년간 1000억 위안을 투자해 2억 대 가운데 500만 대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로 채울 계획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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