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IT섹션]컴퓨터 목소리 '남자 vs 여자'논쟁

입력 2000-10-15 19:29수정 2009-09-22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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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목소리는 남자가 좋을까 여자가 좋을까? 아니면 중성을 쓰는 게 좋을까?’

글자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말로만 인터넷 서핑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컴퓨터 음성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어떤 목소리가 컴퓨터에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각종 연구와 논쟁이 최근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논쟁은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 중 어느 것을 컴퓨터 음성으로 삼아야 하는 지에 대한 것. 이에 대해 스탠펏드대에서 9년간 컴퓨터 음성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연구해온 클리퍼드 내스 박사는 “온라인의 음성이라고 해도 오프라인의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성의 목소리는 권위를, 여성의 목소리는 도움과 관심을 드러낸다는 사회의 오랜 고정관념이 온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

음성기술회사인 제너럴매직사가 최근 내놓은 ‘버츄얼어드바이저’가 이런 내스 박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제너럴모터스(GM)의 차량에 장착될 예정인 버츄얼어드바이저는 운전자에게 각종 정보를 기계음으로 제공해주는 기술. 제공되는 정보 중 E메일 날씨 운세 등은 여성의 목소리, 주식정보나 긴급한 도로상황 등을 알려줄 때는 남성의 목소리가 사용될 예정이다. 내스 박사에 따르면, 목소리의 깊이는 권위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나지막한 남성의 목소리가 신뢰성이 요구되는 정보에 더 적합하다는 것.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텔미네트웍스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이용한 합성음을 연구하고 있는 캐롤린 헨튼 박사는 “그런 주장이 온라인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헨튼 박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뉴스를 진행하는 가상캐릭터 ‘아나노바’를 예로 들며 내스 박사가 말하는 ‘권위와 신뢰’에 대해 반박했다.

컴퓨터 음성 기술은 ‘남성 대 여성’ 구도를 넘어 인간의 성격이라는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높고 빠른 컴퓨터 음성에, 내성적인 사람은 낮고 느린 컴퓨터 음성에 더 쉽게 반응한다는 실험 결과까지 나올 정도.

뉴욕의 실리콘앨리에 있는 솔릴로키사는 소비자의 성격을 고려해 대화 주제에 따라 다른 음성을 내는 가상 쇼핑전문가를 개발하는 업체다. 이 가상전문가는 사업에 관련된 정보는 냉정한 목소리로, 오락 등에 관련된 정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비자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솔릴로키의 최고기술경영자(CTO) 마크 루슨트 박사는 “쇼핑사이트의 컴퓨터 음성이 어떤 성별의 것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라며 “인간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음성을 만들어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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