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화장 수평아리 산채로 분쇄기 넣어

  •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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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농장, 매일 15만마리 처분
“표준화된 즉석 안락사” 해명

미국의 대규모 병아리 부화장에서 수평아리를 산 채로 분쇄기에 집어넣는 장면이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시카고에 본부를 본 동물보호단체인 ‘머시 포 애니멀(동물에게 자비를)’은 이 단체 회원이 아이오와 주의 대형 계란공장 부설 부화장에 2주일간 위장 취업해 촬영한 동영상을 1일 공개했다.

‘컨베이어벨트에 가득 병아리가 실려 온다. 감별사가 수평아리를 골라 다른 통 속으로 던져 넣는다. 마치 손님에게 카드를 뿌리는 도박장 포커 딜러처럼 손놀림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통 속에 던져진 병아리는 별도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대형 분쇄기 속으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동영상 해설자는 이 부화장에서 매일 15만 마리가 이렇게 분쇄기로 직행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전역에서는 연간 2억 마리다. 수평아리는 달걀을 낳지 못하고, 키워서 고기로 팔기에는 성장속도가 느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동영상에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병아리, 기계 세척 과정에서 다쳐서 뒹구는 병아리들도 보인다. 계란공장 대변인은 “‘즉석 안락사’는 수의사와 과학계가 인정하는 표준화된 작업 공정”이라고 해명했다.

머시 포 애니멀은 “대형공장뿐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계란농장이 수평아리를 도살 처분하고 있다”며 “계란 사업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대형 식품유통업체에 계란 포장지에 ‘수평아리는 산 채로 분쇄됨’이라는 경고문구를 넣으라고 요구했다. 미국에선 앞서 2007년 말 퍼피밀(강아지 대량 번식 공장), 지난해 1월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를 도살장으로 밀어넣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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