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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0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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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한국과 폴란드의 2002한일월드컵 D조 첫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온통 붉은색 천지였다. 이날 관중석을 가득 채운 5만여 관중들은 한마음으로 한국의 필승을 기원했다. 경기장을 찾지 못한 전국 방방곡곡 국민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고 누구나 ‘붉은 악마되기’를 자청했다.
이 순간 11명의 태극전사는 물론 우리 국민 중 어느 누구 하나 승리를 원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요원하기만 하던 한국의 월드컵 1승은 이렇게 온 국민의 꿈이 모여 이뤄진 결실이었다. ‘12번째 선수’들이 천둥 같은 응원으로 폴란드의 발을 묶었고 투지로 무장한 선수들은 골로 화답하며 온 국민의 숙원이었던 ‘월드컵 1승’을 이뤄냈다.
축구는 선수들의 몸과 몸이 극렬하게 부딪치며 인간의 원시본능을 가장 잘 표현한 운동으로 간주되지만 이는 한면이다. ‘축구는 곧 심리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신적인 요인이 어느 경기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선수들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전술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초반 기세에서 상대에 뒤지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이날 붉은 악마를 중심으로 한 관중들의 응원은 전세계가 깜짝 놀랄 만큼 열정적이며 인상적이었고 선수들은 관중들의 혼이 담긴 눈빛에 전염될 수밖에 없었다.
전반 28분 박지성이 멀찍이 떨어진 공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가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유도하며 코너킥을 얻어낸 것이나 곧이어 설기현이 골라인을 넘어서던 공을 쫓아 마치 지구끝까지라도 따라갈 듯 온몸을 던진 것에서 우리는 선수들의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이런 자세로 맞서다 보니 우리 문전을 맴돌던 올리사데베가 밀착수비를 펼치던 김태영에게 공을 뺏긴 뒤 뒤에서 유니폼을 잡아당길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폴란드는 후반 들어 완전히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첫발은 내디뎠다. 세계가 두려움에 잠긴 눈을 부릅뜬 채 우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내친김에 16강을 넘어 결승까지 가보자. ‘대∼한민국. 파이팅!’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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