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언론문건' 2라운드…여 "습작건의서 불과"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27분


‘언론장악문건’을 처음 보도했던 주간 시사저널이 21일 이 문건을 여권 인사로부터 받았다고 주장, 여야의 문건 공방이 재개됐다.

21일 발매된 시사저널 최근호가 밝힌 문건의 출처는 ‘여권 내부의 언론개혁에 유난히 적극적인 그룹의 한 관계자’이다. 문건을 입수했던 이숙이 기자는 ‘언론개혁 신봉자인 그는 (문건을 건네면서) 세무조사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고 공개했다.

시사저널은 이 인사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소속된 사람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당, 국회 등에 있는 여권 인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언급이 전부였다.

▲"공정위조사 이틀전 귀띔"▲

그러나 한나라당은 문건 전달자가 여권 인사로 확인됐다는 사실 자체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반겼다. 시사저널 보도로 문제의 문건이 출처 불명의 괴문서에서 여권 작성 문서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또 이번 보도로 정부 여당의 언론 장악 기도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취재과정에서 공정거래위가 조사에 착수하리라는 여권 인사의 얘기를 들었는데 이틀 후(2월 7일) 공정거래위 조사 착수 발표가 나왔다’는 등의 시사저널 보도 내용이 그 근거라는 것이다.

박관용(朴寬用) 언론장악저지특위 위원장은 “문건 작성을 지휘한 사람은 민주당의 지도위원급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 총재인 대통령에게도 문건이 보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측했다.

반면 민주당은 시사저널 보도의 신뢰도를 평가 절하했다. 문건을 건네줬다는 사람이 여권 인사이더라도 비중있는 고위 책임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당 주변인사가 만든 것"▲

실제로 민주당은 시사저널 보도 후 당 차원에서 의심이 가는 문건 출처를 조사한 결과 주요 인사는 아니라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주변의 인사들이 ‘습작’ 차원에서 건의서를 만든 것을 시사저널이 마치 여권의 주요 정책판단 자료로 오해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이 첫 보도에서는 문건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더니, 두 번째 보도에서는 여러 경로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 같다고 흐렸다는 것이다.

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머지않아 누가 문건을 전달했는지 밝혀질 것”이라며 “아마 문건 출처의 정체를 알게 되면 다들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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