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이모저모]홍인길씨, 몸체 추궁에 『죄송』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6분


12일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을 상대로 한 한보청문회는 동료의원을 신문하는 자리여서인지 특위위원들의 신문태도가 전날과는 판이했다. 여당의원들은 가급적 홍의원에게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많이 주려고 애썼으나 일부 야당의원들은 매섭게 질타하기도 했다. ○…이날 홍의원은 수인번호 「보 3432」가 새겨진 옅은 푸른색 수의에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으며 비교적 건강한 모습. 홍의원과 함께 나온 蘇東基(소동기)변호사는 홍의원 바로 옆자리에 앉아 신문내용을 메모하며 미리 준비한 답변쪽지를 그때그때 건네주는 등 기민하게 대응. 소변호사는 신문시작 무렵 홍의원에게 「짧게, 화내지 말 것」이라고 적힌 메모를 전달했고 의원들이 다소 목청을 높여 질의할 때는 「놀라지 말 것」 「죄송합니다」는 등의 쪽지를 연달아 전달. 홍의원도 차분하고 담담한 심정으로 가급적 단문형으로 답변했으며 의원들의 끈질긴 신문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자세를 견지. 자민련 李良熙(이양희)의원이 鄭泰守(정태수)총회장과 신한국당 金命潤(김명윤)고문이 거주한 아파트 사진을 제시하며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이 아파트에 들렀다』고 주장하자 홍의원은 소변호사로부터 「화내지 말 것」 「수행비서와 총무비서의 차이」 등의 메모를 건네받아 보며 태연하게 답변. ○…홍의원은 의원들의 한보특혜의 「몸체」 추궁에 대해 『죄송하다』 『대통령에게 누를 끼쳐 가슴아프다』 『이곳에서 속죄하며 하루하루 기도하고 있다』는 답변을 하며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 그러나 국민회의 趙舜衡(조순형)의원이 김대통령을 거론하며 계속 몰아붙이자 홍의원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한보지원은 개인적 판단 잘못이다. 죄송…』이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홍의원은 답변 도중 정치자금문제를 간간이 거론해 눈길. 그는 신한국당 孟亨奎(맹형규) 金文洙(김문수)의원 등이 『정치자금관련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신문을 하는 우리도 양심에 가책을 받는다』고 말하자 이를 시인하며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한 것이다. 악법도 지켜야 한다』고 진술. 홍의원은 그러면서 『빨리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하며 『현재 청와대는 절간에서 유배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홍의원이 청문회장에 입장하기에 앞서 여야 특위위원들은 「제일은행과 한보철강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삼원정밀금속의 대표이사가 신한국당 대표의 인척」이라는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의원의 9일 발언을 놓고 언쟁이 재연돼 청문회 시작이 약간 지연됐다. 김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확인결과 삼원의 사장이 김씨가 아닌 이씨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늦어도 내주초까지 확인해 사실이 아니면 정정하고 사과하겠다』는 입장을 피력, 언쟁이 일단 수습됐다. ○…신한국당 특위위원 사퇴의사를 밝힌 李信範(이신범) 金在千(김재천)의원이 12일 홍의원에 대한 청문회에도 불참하는 바람에 金文洙(김문수) 朴柱千(박주천)의원이 두번 신문하게 되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朴憲基(박헌기)간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두 의원의 복귀를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그럴 마음이 없는 모양』이라며 『김재천의원은 아직까지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 孟亨奎(맹형규)의원도 『아침에 이의원과 전화통화를 해 조속히 특위에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면서 『우리 모두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가며 고생하는데…』라며 아쉬운 표정.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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