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움에 떠는개 '책을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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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6월 10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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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물보호단체가 정신적 외상을 입은 개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이들을 치료하고 입양을 돕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동물보호단체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미국사회(the 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한 해 미국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 거리에서만 학대당한 개 수백마리가 경찰에 구조된다고 전했다.

ASPCA의 목표는 학대당한 개들이 입양되도록 돕는 것이지만, 이 개들이 정신적 외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입양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래서 ASPCA는 사회화 치료를 위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낭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빅토리아 웰스 ASPCA 행동훈련 선임 담당자는 “학대당한 개들이 입양됐을 때 접하게 될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며 “낭독은 입양 과정의 매우 초기 단계로, 무간섭 사회화”라고 설명했다.

월요일 오후 시무룩한 흰색과 검은색 얼룩 핏불 잡종개 ‘바이올렛’ 곁에 주황색 ASPCA 티셔츠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안녕, 바이올렛!” 그리고 태블릿을 켜고, 크고 고른 목소리로 부드럽게 낭독을 시작한다. “태양이 직선으로 내려와….”

두 살 된 바이올렛은 침대에 누워, 고개를 수그리고 듣는다. 듣는 것 같다. 바이올렛은 지난 4월 퀸스 빌리지 길가에 버려졌다. 당시엔 서 있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 구조 당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리키 기트(58세)가 몇 문장을 더 읽자, 바이올렛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다. 바이올렛이 고개를 들어 몇 초간 그를 본다. 찰나의 만남이다.

무엇을 읽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트는 월러스 스테그너의 소설 “피난처로 가로지르다(Crossing to Safety)”를 읽어줬다. 다른 자원봉사자들은 아동 도서나 잡지를 들고 오기도 했다.

스릴러 팬인 데보라 란크맨은 이안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3권을 연달아 읽어주기도 했다. 스파이 스릴러의 대가 존 르 카레도 그녀의 단골 독서 목록이다.

지난 2013년 말 낭독 프로그램이 시작한 직후부터 자원봉사를 한 힐디 베닉(69세)은 “당신이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로 낭독하는 한, 개들은 즐긴다”고 밝혔다.

보통 난독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읽기를 개선하기 위해 치료견을 투입하는 경우는 있어도, 개를 치료하기 위해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드물다. 개는 비판하지 않는 관객이기 때문에,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아이의 읽기에 크게 도움 된다.

ASPCA는 낭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기타 연주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웰스 행동훈련 선임 담당자는 학대당한 개들을 회복시키기 위해 영국 밴드 비틀즈의 명곡을 기타로 연주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낭독이 정말 학대당한 개들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긴 힘들다. 왜냐하면 정신적 외상을 입은 개들은 낭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치료와 훈련도 병행하기 때문이다.

웰스는 “알다시피 각 과정마다 진전을 보여준다”며 “개집에 숨어 움츠리고, 뒤쪽에 있던 개들이 점차 앞으로 나오고, 긴장을 풀며,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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