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어깨 분야를 개척한 권위자 찰스 S. 니어 박사(1972∼2011)는 1972년 ‘충돌증후군’이 어깨 통증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어깨뼈 아래를 지나는 힘줄이나 연골이 충돌하며 계속 통증이 유발된다는 것이다. 어린 나이부터 마찰이 시작돼 염증이 발생하고, 30대가 되면 힘줄이 망가져 상처가 나고, 40대가 넘으면 뼈 사이에 낀 힘줄이 찢어질 정도로 증상이 악화돼 충돌증후군에 이른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어깨뼈 일부를 잘라내는 것이 통증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후 이러한 학설은 안타깝게도 마치 종교처럼 당연하게 적용됐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 현대 정형외과학을 주도하는 미국의 로버트 너슐 박사다. 그는 어깨뼈 일부가 커져 힘줄과 연골이 충돌하는 것이 통증의 일차 원인이라는 가설이 틀렸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쉽게 설명하면 니어 박사는 절구(어깨뼈)의 일부분이 튀어나와서 절굿공이(팔뼈)가 제 위치에 들어가기 전에 부딪힌다고 주장했고, 너슐 박사는 절굿공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힘줄과 근육이 망가져 절구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결과적으론 두 권위자 모두 어깨가 움직일 때마다 뼈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해 주변 힘줄이나 연골을 파손시킨다는 이론이다.
니어 박사의 이론대로라면 충돌증후군 치료를 위해선 어깨뼈의 일부를 잘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수술의 결과는 좋지 않다. 반면 너슐 박사의 이론이 맞는다면 어깨뼈의 접점이 불안정한 원인을 찾아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어깨를 싸고 있는 힘줄이나 인대가 약한 것이 원인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충돌’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어깨뼈와 주변 조직이 부딪힌다고 무조건 아픈 것은 아니다. 어깨 통증이 없는 사람 중 3명 중 1명 정도는 충돌에 의해 힘줄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고, 배구처럼 팔을 위로 들어올리는 스포츠의 선수 10명 중 4명은 증상이 전혀 없었지만 힘줄이 손상되어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두 권위자 중 누가 맞든,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깨는 퇴화한다. 어깨뼈와 그 주변 조직은 우리의 수명과 마찬가지로 대략 80년의 수명을 갖고 있다. 통증은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기도, 사라지기도 하지만 퇴화 자체는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어깨의 퇴화를 부추기는 치료를 삼가는 게 좋다.
사실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삶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을 곁들이면 어깨 수명도 10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치료도 자연적인 회복보다 효과적이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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