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빌려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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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2월 1일 1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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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타 네코'(렌탈 고양이)라는 귀여운 영화 한 편이 있다.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 정도 된다.

영화 '카모메 식당'(갈매기 식당)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던 사람들은 같은 감독이 만든 이 영화에서도 비슷한 소감들을 말한다.

일상에 지치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치유 효과를 주는 영화. 어느 곳에 존재하더라도 행복은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쉽고도 어려운 정리(?)를 내려주는 영화들이다.

오기가미 나오코'(荻上直子) 감독이 2012년 내놓은 영화 '렌탈 고양이'에서는 카모메 식당의 소울푸드 대신 귀여운 고양이들이 주역으로 나온다. 감독은 고양이 팬이기도 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좀 낡고도 정겨운 작은 집에서 혼자 렌탈냥이 가게를 하는 사요코는 손수레에 냥이 몇마리들을 태우고 다니며 확성기로 소리 높여 외친다.

"냥이 빌려 드립니다! 외로운 분들에게 빌려 드려요."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이 타겟. 그러나 아무에게나 막 빌려주는 법은 없다. 냥이를 원하는 이의 집을 직접 방문하고 그녀가 꼼꼼히 심사를 한다.
첫 손님은 남편과 키우던 냥이를 모두 떠나보낸 뒤 혼자 사는 한 할머니.

아들이 어렸을 때 좋아하던 젤리를 먹으며 옛 추억을 이야기해 주는 할머니는 일단 심사에 합격한다. 먼저 보낸 냥이와 꼭 닮은 냥이를 고른 할머니는 계약서의 렌탈 기한 란에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라고 적는다.

며칠 후 또 만난 손님은 회사일로 장기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한 중년 남성.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신의 외동딸이 아버지인 자신을 멀리한다며 외로움을 토로하는 그. 우연히 보게 된 그의 양말은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채였다.

심사에 합격한 그가 적어 낸 렌탈 기한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다.

냥이를 싣고 다니다 '하와이 여행 당첨!'이란 선전 문구에 호기심을 가지고 들어가게 된 한 렌터카 회사에서 세번째 손님을 만난다.

성실해 보이는 여자 점장은 여행상품에 등급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사요코에게 자신의 인생은 가장 낮은 C등급 뿐이라며 외로움을 털어놓고 만다. 이야기할 상대도 없다는 이 점장에게 냥이 렌탈을 권하니 그녀는 행운의 상징이라며 삼색털 냥이를 고른다. 렌탈 기한은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다.

어렸을 적 부터 따라 다니는 남자 하나 없었지만 이상하게 냥이들은 줄줄 따랐던 사요코는 할머니가 건어물을 갖고 다니며 동네 냥이들을 먹이던 모습을 기억하며 산다.

그러나 '올해엔 꼭 결혼하자! 남자 얼굴 따위 따지지 말자'라는 목표까지 세워 놓은 그녀 자신도 정작 외로운 처지이다. 그래도 역시 관심 대상은 냥이 뿐이다. 냥이들에게 중얼중얼 속마음을 털어 놓으며 대화도 한다. 그러니 외로울 틈도 없다.

이렇게 자신을 채워주는 존재인 냥이로 타인의 마음도 메꿔 주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우후죽순 생겨난 동물렌털이 학대문제로 비화했고, 국회에는 반려동물 대여업 금지 법안이 발의됐다. 영화 속에서처럼 빌리는 이들을 심사한다하더라도 동물대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렌탈 고양이'는 영화 속에서 행복'을 대여해 주는 의미로만 볼 일이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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