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흉통 30초 이상 또는 10초 이내 반복… 심장동맥 석회화 높아도 관찰 필요
협심증 확인되면 우선 약물치료… 심장동맥 70% 막히면 스텐트 고려
스텐트 삽입술 재발률 5%에 불과… 시술 후 융해-약물 감소 기술 발전
가족이 함께 식단-운동 관리해야
심장동맥(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 혈관을 뚫어야 한다. 이를 경피(經皮)적 관상동맥 중재술(스텐트 삽입술)이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2024 주요 수술 통계 연보’에 따르면 스텐트 삽입술은 1년 동안 7만여 건이 이뤄졌다. 수술과 시술을 통틀어 전체 9위다.
그만큼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심혈관 질환 환자는 2022년 100만 명을 처음 기록했고, 현재 110만 명을 넘어섰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 비중이 높다. 하나만 꼽으라면 협심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연간 70만여 명이 협심증으로 진료를 받고 있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이라면 막힌 혈관을 시급히 뚫어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심증이 서서히 진행된 만성일 때는 스텐트를 삽입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스텐트 삽입술을 해야 할까. 안전하기는 한 걸까. 궁금증을 풀어 본다.
● 심혈관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동맥이 70% 이상 막히면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교수는 “심혈관 질환은 유전적 요인보다 생활 습관으로 인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식습관을 개선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심장동맥을 좁히거나 막는 주범은 동맥경화다. 일단 노화가 주된 원인이다. 다른 만성질환까지 겹치면 동맥경화를 피하기 어렵다. 고령 환자가 많아지는 이유다. 다만 50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심지어 30대에도 환자가 적잖게 발생한다. 강정현 씨(가명)가 그런 사례다.
10년 전, 강 씨는 극심한 흉통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잃지 않았다. 곧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당시 30대 초반이었는데 심장동맥이 거의 막혀 있었다. 강 씨는 흡연자였고 비만이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당연히 높았다.
스텐트 시술로 ‘고비’를 넘겼다. 강 씨는 담배를 끊었다.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하면서 체중도 줄였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확 떨어졌다. 강 씨는 다시 찾은 건강을 현재도 유지하고 있다. 한 교수는 “젊은 심혈관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단적인 사례”라며 “서구형 식단에다 고콜레스테롤 음식까지 자주 먹는 습관 때문에 동맥경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력도 ‘젊은 심혈관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적 요인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한 교수는 “같이 사는 가족의 생활 습관을 말하는 것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부부라도 고콜레스테롤 음식을 같이 먹고 운동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가족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생활 습관을 개선하라는 뜻이다.
흡연도 치명적이다. 한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다른 질병으로 인해 심혈관 질환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젊은 층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없더라도 흡연이 미치는 악영향이 크다. 금연은 필수”라고 말했다.
● 치료해야 할지 자가 진단 필요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서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증세를 꼼꼼히 살펴보자. 일단 협심증이라면 주로 운동하거나 계단 오를 때처럼 움직일 때 흉통이 나타난다. 혈관이 좁아진 탓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쉬고 있으면 흉통은 사라진다. 다만 협심증을 방치하면 심근경색과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는데, 이때는 쉬는 시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흉통은 보통 30초 이상 이어진다. 길어도 30분 이내에는 해소된다. 흉통 지속 시간이 10초 정도로 짧다면 협심증이 아닐 확률이 높다. 한 교수는 “다만 10초가 되지 않아도 흉통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을 배제할 수 없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증 양상을 세심히 관찰하자. 둔탁하고 묵직한 느낌일 때가 많다. 가슴이 심하게 눌리거나 답답하며 뻐근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날카롭거나 찌르는 듯한 느낌은 덜하다. 어느 지점이 아프다고 딱 짚을 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통증은 명치 부위, 목, 턱, 치아까지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증세가 없어도 확인해야 할 게 있다. 심장동맥 석회화 수치다. 혈관에 칼슘이 쌓이면 그만큼 딱딱해진다. 석회화 수치가 0점이라면 3∼5년 이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거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0.4%에 불과하다. 하지만 400점을 넘어서면 위험도는 7.2배 높아진다. 400점 이상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추가 검사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석회화 수치는 심장 CT(컴퓨터단층)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석회화 수치가 높은 사람은 칼슘을 섭취하면 안 되는 걸까. 한 교수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칼슘 보충제 형태로 먹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텐트, 안전성 높고 성능 개선 중
협심증이 확인되면 우선 약물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약물, 아스피린 같은 항혈소판제를 먹는다. 심박수를 낮추기 위해 베타차단제라는 약물과 혈관확장제도 복용한다.
고위험군은 이런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답답함과 흉통이 사라지지 않으면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이럴 때 스텐트 삽입술을 고려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혈관이 70% 이상 막혔을 때 시도한다. 석회화가 심하다면 먼저 딱딱한 석회를 깨뜨리는 시술을 하고 나서 스텐트를 삽입한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스텐트 삽입술은 대체로 30분 정도면 끝난다.
과거에는 시술받은 환자의 30%에서 부작용이 보고됐다. 지금은 재발률이 5%에 불과하다. 평생 금속을 몸 안에 지니는 것을 걱정하는 이도 더러 있다. 이런 거부감을 반영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는 스텐트가 개발 중이다. 한 교수는 “1∼2년 이내에 국내 승인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술 후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항혈소판제, 베타차단제 등을 평생 먹어야 한다. 최근에는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 교수팀도 심부전이 없는 환자라면 시술 후 베타차단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인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최근 발표했다. 한 교수는 “환자의 불편과 비싼 약제비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르면 2년 이내에 임상 지침을 만들어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예방이 최선… 꾸준히 관리를
예방이 최선이다. 만성질환부터 다스리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중 어느 하나만 있더라도 심근경색 위험도가 2∼3배 높아진다. 생활 습관은 꼭 고쳐야 한다.
먼저 식습관. 건강한 식사가 필요하다. 특별한 식단을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식하지 않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충분하다. 한 교수는 “지중해성 식단을 비롯해 혈관 건강에 좋다는 식단이 많다. 육류를 줄이고 생선을 늘리라고도 한다. 하지만 강박적으로 이런 식단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미국심장학회는 심장 건강을 위해 매주 150분 이상, 시속 6km 이상의 중강도 운동을 권한다. 한 교수는 “권고 기준을 따르는 것도 좋다. 다만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운동할 필요는 없다. 숨이 가쁘고 땀이 나는 강도로 자주 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연은 필수다. 스트레스도 줄여야 한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는 병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자주 심장 CT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한 교수는 “증세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적 검사는 의학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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