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상세계 속 AI, 현실로 꺼내놓겠다”… CES에서 만난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3일 17시 23분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엔비디아의 뿌리는 ‘게임’입니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사진)는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이뤄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는 게임에서 출발했고, 게임 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회사”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해 생성형 AI를 이용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며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는 ‘CPC(Co-Playable Character)’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미국,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 누적 매출이 2조 원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이날 엔비디아와 협력에 나선 배경과 회사의 사업전략 등을 밝혔다. 배틀그라운드는 4명이 함께 팀을 구성하는 ‘스쿼드 모드’가 가장 인기가 많다. 인간 팀원을 구하지 못해도 CPC를 팀에 넣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 알파고가 등장해 바둑계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AI와 함께 게임을 하다 보면 기존에 없던 전략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CPC로 기존 플레이와 완전히 다른 게임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CES에서는 로봇 등 실체를 가진 ‘피지컬 AI’가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김 대표는 “지금은 AI를 게임 안에 넣고 있는 상황”이라며 “미래에는 AI와 로봇을 가상세계 밖으로 꺼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 외에 사용자가 신이 되어 캐릭터를 만들고 인생을 설계하는 신작 게임인 인조이에도 CPC를 접목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당장은 아니지만, CPC가 게임을 벗어나 일상에서도 교류하는 친구가 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엔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소형언어모델(sLM)을 활용한 엔비디아의 게임 AI ‘엔비디아 에이스’가 활용됐다. 김 대표는 “sLM을 활용하면 서버와 연결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사용자의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만으로 구동돼 지연 없는 플레이가 가능하다”며 “말을 할 때 1초 늦게 반응하면 친구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 및 구동 칩을 만들면서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김 대표는 엔비디아와 관련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점으로 ‘강한 업무강도’를 꼽았다. 그는 “엔비디아 관계자들과 CES 2025 발표 준비를 하는데 하루 4시간씩 자고 4, 5일씩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휴가도 반납하고 일한다고 해서 왜 그렇게까지 일하냐고 물어보니 ‘재미있어서’란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회사의 투자 방향에 대해 “다양한 IP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2023년부터 다크앤다커, 팰월드, 서브노티카 등 다양한 작품에 투자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가능성 높은 ‘씨앗’을 찾기 위해서 내부 개발과 외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를 해온 게임들이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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