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IA 시드팁스] 혈관독성약물 국소전달 플랫폼 ‘바스블록’으로 항암치료 혁신 꿈꾼다,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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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5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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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SIA 시드팁스] 혈관독성약물 국소전달 플랫폼 ‘바스블록’으로 항암치료 혁신 꿈꾼다,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KESIA)는 중기부 주관 민간주도형 예비창업 지원 프로그램 ‘시드팁스(Seed TIPS)’의 주관 기관이다. 시드팁스는 민관 협력 창업 프로그램 TIPS의 이전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 운영사 7곳(인포뱅크, 프라이머 시즌 5, 앤틀러코리아, 소풍벤처스, 엔슬파트너스, 탭엔젤파트너스, 와이앤아처)이 스타트업의 창업팀 구성부터 시드 투자 유치까지 초기 단계 성장을 책임지고 지원한다.

통계청이 지난 2023년 9월 21일에 발간한 ‘2022년 사망원인통계 결과’라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 중 하나로 암(악성신생물)이 꼽혔다. 특히 40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는데 발병 요인은 여럿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치료가 어렵고 많은 비용적 부담도 커진다.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 출처=IT동아

엔도큐라는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인 암을 극복하기 위해 ‘혈관독성약물 국소투여’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안했다. 내시경과 초음파로 접근 가능한 신체 부위의 암세포에 주사를 직접 놓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치료와 차이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약물을 선택해 적용하는 바스블록(Vasblock) 플랫폼 또한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엔도큐라가 제안한 새로운 항암치료 기술에 대해 자세히 듣기 위해 박정호 대표(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쉽지 않은 항암치료 ‘혈관독성약물 국소투여’로 돌파구 찾다

IT동아 : 엔도큐라라는 기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박정호 대표 : 2023년 2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국소투여 항암제’라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이 분야에 대해 연구한 것은 10여 년 이상 됐다. 동물 실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는 2015 정도에 이뤄졌다. 약 7~8년 정도 연구를 하다가 성과를 보고 이 정도면 이제 상품화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동아 :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는데, 그만큼 시장도 크다고 생각된다. 엔도큐라가 생각하는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박정호 대표 : 항암제 시장은 상당히 크다. 항암제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0조 정도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서만 해도 상당하다. 나는 위암을 시작으로 하지만, 이 시장도 약 1000~2000억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엔도큐라가 목표하는 것은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절감 측면도 있다.

IT동아 : 국소투여로 암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흔히 항암치료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데 엔도큐라의 항암치료 방식은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박정호 대표 :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제 병용요법으로써 전신 항암 치료를 진행할 때 같이 투여해서 효과를 올리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전신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80세 이상 고령자도 치료가 가능하다. 고령자 외에도 정신질환, 신장, 간 등이 안 좋은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엔도큐라는 기존의 항암제로 치료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 허가를 받았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 진행 중인데, 88세 남자 환자부터 투석 치료 중인 92세 환자 등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는 고령자도 있다. 환자에게는 간단한 형태의 임상에 바로 적용 가능한 약물을 사용해서 주사했더니, 암세포가 많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이후 44주 가량 추적관찰을 진행했는데 암세포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물론 눈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조직 검사하면 암세포가 검출된다. 그러나 커지지 않으니까 초기 상태로 그냥 머물러 있게 된다. 현재 약물 수준에서의 목표는 관리다. 약 3개월에 한 번 정도 주사를 놓아도 암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유지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치료 이후에는 불편함도 적고 통증이 있어도 진통제로 조절 가능한 수준이다. 이에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이 만족했다.

사례 하나가 더 있다. 84세 여성 환자였는데 패혈증 때문에 전신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태였다. 원래는 항암치료가 불가능하지만,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해서 진행했다. 12주 가량 이후 시간이 흐르니 암 덩어리가 거의 없어졌다. 이 환자도 조직 검사를 진행하면 암 세포가 검출된다. 하지만 2~3개월에 한 번씩 국소투여를 통해 암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암을 없앨 수 있는 정도의 충격(Impactive)을 갖고 있는 약물은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다. 엔도큐라는 약 4~5년 뒤 출시를 목표로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엔도큐라가 개발, 임상시험 중인 바스블록의 작용기전. / 출처=엔도큐라


IT동아 : 암의 전이를 막는 것 외에 또 다른 강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박정호 대표 : 고령자 또는 다른 질환이 동반돼 있어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다음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약간 통증이 있는 정도이며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진통제로 조절할 수 있다. 사실 85세 이상 고령자는 암이 발견될 경우 치료하기 곤란한 경우가 매우 많다. 수술도 곤란하고 항암치료도 곤란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고 생각한다.

엔도큐라 바스블록(Vasblock) 플랫폼의 기저는 다른 약물들과 조금 다르다. 그간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공격해 죽이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암세포를 죽이는 게 아니라, 암에 분포하는 혈관을 죽인다. 이렇게 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하면 암세포가 괴사 한다. 혈관을 차단해 버리니 암 조직이 줄어들고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소치료로 이렇게까지 결과가 나온 경우는 없었다. 사실은 국소치료도 암 덩어리에 바로 주사하면 약물이 주위로 퍼지는 게 제한된다. 암세포가 괴사 하면 딱딱하게 섬유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주 정도 계속 약을 뿜는 형태의 항암제가 개발됐는데도 실패했다. 연구 과정에서 이것이 약이 오히려 충분히 확산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암 덩어리가 아니라 혈관이 주로 분포하는 기저에다가 주사를 해서 혈관을 말리는 선택을 했다.

바스블록은 혈관 독성 약물의 독성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이다. / 출처=엔도큐라

IT동아 : 바스블록을 플랫폼이라고 했는데 어떤 구조이며, 본격적인 상품화가 된다면 실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박정호 대표 : 선택적 혈관 독성 약물의 독성을 강화시키는 시스템을 말한다. 약물을 국소투여해도 혈관손상이 발생하지만 플랫폼 안에 넣어서 주사하면 혈관독성효과를 더욱 증진시킨다. 혈관 독성 약물을 주사했을 때 pH는 자체로도 피해를 주지만 약물이 세포 내 이동을 촉진시킨다. 이 부분은 임상 및 기초 실험을 통해 알아낸 부분이다. 다음은 약물 확산을 방지하는 약물이 있다. 국소투여 이후 같이 투여했더니 사이드로 줄어들면서 효과가 증폭된다. 현재 이 두 가지를 임상 연구에서 추가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고유 기술은 내피세포 독성을 강화하는 부분이다.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포도당 같은 물질에 약간 변화 준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먹었을 때 흡수가 안 되고 전부 배출된다. 약물과 함께 테스트를 했는데 혈관 독성을 30% 정도 증가시킨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종의 대사 항암제 역할을 한다. 주변에 에너지원이 있음에도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암세포가 줄어든다.

표적 항암제라 하는 것들은 고가다. 우리는 표적이 아니라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니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항암 치료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항암치료 자체에 대한 고민을 덜어낼 수 있다는 부분도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앞서 설명한 것처럼 고령자도 치료가 가능하니 암에 대한 고민에서 자유로워진다.

작은 물줄기가 거대한 강이 되었다

IT동아 : 이야기를 들으니 굉장히 흥미롭다. 하지만 실제로 개발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개발 동기가 분명했을 것 같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와 개발ㆍ실험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있다면 함께 말해달라.

박정호 대표 : 의사로서의 의무가 크다고 생각한다. 임상실험 결과도 좋고 환자 반응도 나오는 상황인데 주변 반응은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아 이럴 바에는 직접 창업해서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사실 처음부터 암을 대상으로 한 건 아니었다. 친형이 현재 가천대에 약물전달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인데 어느 날 둘이 앉아 뭘 할까 이야기를 나누다 변실금 환자 대상으로 항문압을 올리는 약을 서방형으로 같이 만들자고 했다. 변실금은 요실금처럼 항문압이 떨어져 변이 흘러나오는 증세다. 친형은 약물을 잘 전달하는 기술이 있고 나는 임상이 가능하니 한 번 해보자고 결론 내렸다.

변실금 치료 대상으로 효과는 나쁘지 않았으나 안정성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됐다. 페닐 에프린이라는 약물이 있는데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근육을 수축하는 역할을 한다. 이걸 항문에 직접 국소투여하면 잘못됐을 때 전신에 약물이 퍼져 혈압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고령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변실금 치료를 목적으로 연구했지만, 현재는 치료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 출처=엔도큐라

그런데 임상 진행 과정에서 발견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약물 용량을 충분히 국소투여하면 그만큼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성이었다. 쥐 항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바로 죽을 수 있는 농도의 20배를 투여했음에도 혈압 변화도 맥박수 변화도 없었다. 전신 흡수가 될 것 같은데 너무 안전하니까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걸 다른 부분에 적용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암이 떠오르더라. 그래서 2015년에 누드 마우스에 암을 키워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암에 바로 주사하면 확산이 안 되어 그간 약물 실험이 실패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약물 확산이 빠른 점막하층에 주사를 놓았다. 그 결과 9마리 중 7마리가 가지고 있던 종양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효과가 좋을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기대 이상이어서 여러 가설을 바탕으로 계속 연구를 지속했다. 그 와중에 이 실험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하는 항암제 파이브-에프유(5-FU)를 가지고 식약처 허가하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200mg 정도를 희석해서 사용을 했는데 암세포가 줄어들지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살펴봤는데 반대로 환자들 사이에서 빈혈이 없어졌다.

원래 진행성 위험 환자들은 피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보통 1~2개월에 한 번 정도 수혈을 받는다. 출혈이 거의 없으니 이게 혈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음으로 파이브-에프유의 알칼리 농도의 중요성이다. 이 약물의 원액은 pH 9 정도로 높은 알칼리성을 유지하는데 혈관에 주는 영향이 컸다. 어떻게 보면 심플한 결과지만, 5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 임상시험 허가받는 과정도 정말 어려웠다. 약 2~3년 정도 소요됐는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위암을 시작으로 다른 암까지 적용하는 게 목표

IT동아 : 창업 후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한국초기투자기관협회 시드팁스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박정호 대표 : 사실 연구와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려면 많은 연구비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창업하고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시드팁스는 지난해 소개를 받았다. 처음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바이오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벤처 캐피탈 관계자가 국소투여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 빨리 임상을 준비하고 결과를 보여주니 흥미로워하더라. 그리고 시드팁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도전해 보라고 권해서 지원하게 됐다.

막상 지원을 했는데 경쟁률이 매우 높아서 놀랐다. 세 기업을 선정하는데 300개 정도 스타트업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엔도큐라는 운이 좋게도 선정되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창업교육을 비롯해 멘토링 등 운영 전반에 필요한 도움을 받았다. 매력적인 것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지원할 때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부분이었다. 우리가 한 발 나아가는데 근거가 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

박정호 엔도큐라 대표. / 출처=IT동아

IT동아 : 엔도큐라의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박정호 대표 : 현재 위암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나 다른 암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내시경과 초음파로 접근 가능한 부분은 다 적용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면 암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부분 항암치료하면 부작용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이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앞으로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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