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삼켜버리는 ‘비너스’의 비밀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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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카메라 관측 방해하는
대기층 상부 속 미확인 물질
‘황산-철’ 화학반응과 연관성 확인
“2029년 금성 탐사 미션에 도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금성 탐사선 ‘마젤란’이 바라본 금성 표면의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했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무인 금성 탐사선 ‘마젤란’이 바라본 금성 표면의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했다. NASA 제공
‘샛별’로 불리는 금성의 대기에는 자외선을 흡수하는 물질이 있어 자외선 카메라 등으로 금성의 특성을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금성의 이 같은 ‘자외선 흡수체’ 성분을 처음으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2022년 발표한 금성 탐사 미션 ‘다빈치(DAVINCI)’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니컬러스 토스카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구과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금성 대기층 상부에서 일어나는 황산과 철의 화학 반응을 실험적으로 규명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트’에 3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태양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행성인 금성은 대기를 갖는 ‘지구형 행성’ 중에서도 가장 두꺼운 대기층을 가졌다. 표면 온도도 400도 이상으로 가장 높은 행성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성 대기 중 다양한 농도로 분포돼 있는 황산과 철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황산염 광물인 ‘롬보클레이스(Rhomboclase)’와 ‘산화황산제이철(acid ferric sulfate)’이 생성된다. 이들 광물이 금성의 자외선과 블루라이트를 흡수해 금성 관측을 방해하는 ‘자외선 흡수체’로 작용한다.

지구형 행성 탐사에서 지구와 가까운 금성은 화성과 함께 주요 탐사 대상이었다. 소련과 미국은 1970년대부터 금성 탐사선을 수차례 보내 금성의 특성을 파악했다. 탐사 결과 금성의 표면이 두껍고 뜨거운 대기층으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5년 소련이 발사한 금성 탐사선 베가1·2호는 금성 대기층을 이루는 성분을 밝혀냈다. 당시 관측 결과 금성 대기의 주성분은 이산화탄소로, 여기에 황산과 철 등의 물질이 조금씩 포함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층 상부에서는 금성이 방출하는 자외선과 블루라이트가 흡수되는 것으로 관측됐다. 대기 중 어떤 성분이 이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미확인’ 성분이 자외선을 흡수하면서 자외선카메라로 금성을 촬영할 때 행성이 어둡게 찍혀 정확한 관측을 방해했다.

연구팀은 미확인 성분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실에서 금성의 대기환경을 구현했다. 대기층의 성분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황산과 철의 화학반응을 일으킨 뒤 이들을 광원에 노출시켜 자외선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 이 두 물질이 결합해 생긴 황산염 광물 롬보클레이스와 산화황산제이철의 안정성과 분포도가 금성 대기 중에서 자외선을 흡수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사가 2022년 발표한 금성 탐사 미션 다빈치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다빈치 미션은 미국이 1989년 금성 탐사선 ‘마젤란’ 발사 이후 약 30년 만에 시작하는 금성 탐사 프로젝트로 2029년 탐사선 2개를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금성의 대기를 이루고 있는 화학성분을 정밀 조사하고 금성 표면에 접근해 행성의 지질적 환경을 정밀하게 알아내는 게 목표다. 탐사는 금성 궤도를 통과해 날아가며 관측하는 ‘플라이바이(flyby)’, 두꺼운 대기층을 뚫고 금성 표면에 착륙하는 하강 탐사선 등으로 이뤄진다. 연구팀은 “황산과 철이 금성의 자외선 흡수체로 작용한다는 이번 실험 결과는 향후 다빈치 미션의 금성 탐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자외선#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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