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태양광 모아 지구로 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8-13 03:00수정 2021-08-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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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칼텍, 2023년 첫 전력 전송 실험
기후-에너지 문제 해결 대안
신재생 에너지 혁명시대 열리나
우주 공간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어 마이크로파 방식으로 지구로 무선 전송하면 지구에서의 태양광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는 에너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사진 출처 캘리포니아공대
미국의 과학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1941년 발표한 단편소설 ‘리즌(Reason)’에서 우주 공간에서 얻은 태양광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태양광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 기술을 현실화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는 응용물리학 연구자들을 주축으로 2013년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SSPP)’에 착수했다. 익명의 투자자로부터 1억 달러(약 1150억 원)를 투자받아 8년여간 진행된 이 연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관심을 모았다.

○인류 위한 현실적 꿈 꾼 부동산 부자


이달 3일(현지 시간) 칼텍 SSPP 연구진은 이 익명의 투자자가 미국 억만장자인 도널드 브렌 부부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2023년 실제 우주 공간에서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적용한 첫 테스트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 어바인컴퍼니를 이끄는 브렌 회장은 보유한 순자산만 150억 달러(약 17조3000억 원)에 이른다. 브렌 회장은 3일 “학생 시절 수년간 우주 기반 태양광 에너지 응용 연구를 실제로 한 경험이 있다”며 “우주 태양광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과학자들을 지원해 인류의 에너지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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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나 블루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 버진 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 창업자와 같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우주관광·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면 브렌 회장은 지구가 당면한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꺼이 거액을 내놓은 것이다.

○우주 태양광,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이 핵심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지구 궤도를 도는 수천 개의 위성, 달·화성 탐사 로버 등은 이미 태양전지판을 통해 작동에 필요한 전기를 얻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는 지구에서처럼 햇빛을 막는 대기나 구름이 없다. 낮과 밤이 생기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으로 태양빛을 이용할 수 있다.

우주 태양광은 우주 공간에 펼쳐진 태양전지판으로 발전해 지구로 전송하는 진일보한 개념이다. 지구에서 수신한 마이크로파를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꿔 공급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우주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지구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SSPP 연구진은 우주에서 얻은 태양광 에너지를 레이저나 빔 방식의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지구로 전송할 수 있는 하드웨어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을 최근 완료했다. 앞서 2017년 말에는 단위면적(1m²)당 1kg 미만의 태양전지를 넣을 수 있는 초경량 모듈을 만들고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빔을 통합한 회로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2023년 우주 공간에 프로토타입을 발사해 무선 전력 전송 첫 테스트에 나선다. 해리 애트워터 칼텍 응용물리학·재료과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에너지 자원인 태양광을 우주에서 얻는 것은 가장 혁신적인 에너지 확보 방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해군, 우주 태양광 가능성 첫 입증… 일본·유럽 등도 눈독


우주에서 얻은 태양광 에너지를 지구로 보내는 기술은 지난해 5월 미 해군연구소가 가능성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연구소는 ‘태양광 무선 전송 안테나 모듈(PRAM)’이 실린 소형 위성을 무인 우주비행체 ‘X-37B’에 실어 발사했다. PRAM은 가로세로 30.5cm 크기의 태양전지로 태양광 에너지를 얻고 이를 마이크로파로 변환해 전송하는 효율을 측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PRAM이 실린 소형 위성은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연구소는 PRAM 장치로 10W(와트)의 전기에너지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태블릿 1대를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전력이다. 2024년에는 대규모 우주 태양광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지구로 전송하는 실험에 착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일본과 유럽도 우주 태양광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무선으로 전력에너지를 전송하는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일본은 2015년 무선으로 1.8kW(킬로와트)의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55m 떨어진 안테나에 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 2050년대까지 우주 태양광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유럽우주국(ESA)도 우주 태양광 실험을 위한 소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알리 하지미리 SSPP 공동의장은 “우주 태양광 기술이 대규모로 완벽하게 구현된다면 신재생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핵심 기술인 무선 전력 전송 기술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우주 태양광#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기후-에너지 문제 해결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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