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유전자가위 개발'한 2명의 여성 과학자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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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은 세포 속 게놈의 염기서열을 정교하게 교정해 질병 치료 등에 응용할 수 있는 3세대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두 명의 여성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이번 수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여성은 7명으로 늘었다. 여성 2명이 공동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병리학연구소 교수(52)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56)를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전자가위는 미생물이나 세포의 염기서열에서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마치 가위처럼 자를 수 있는 단백질 시스템이다. 1980년대 ‘징크핑거’라는 유전자가위가 시초다. 이후 ‘탈렌’이라는 2세대 유전자가위를 거쳐 2011년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가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캐스9’을 완성했다.

미생물인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면역 시스템인 ‘크리스퍼’에 마치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단백질인 ‘캐스나인(Cas9)’을 결합한 기술이다. 박테리아 속 유전물질에서 원하는 부위의 서열을 역대 가장 정확한 정밀도로 찾아 잘라 교정할 수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단장은 “이후 크리스퍼는 치료제 개발과 장기이식용 기술, 치료제 개발 등에 응용할 수 있도록 발전했다”라고 말했다. 김형범 연세대 의대 교수(한국유전자교정학회장)는 “크리스퍼는 현재 노인성 황반변성과 간질환, 암치료 등 질환 치료를 할 수 있는 단계에 거의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유전자가위를 최초로 개발하거나 크리스퍼를 최초로 발견한 학자는 아니지만 두 개념을 접목해 정확하고 쓰기 쉬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발명했다. 덕분에 유전자 교정을 크게 유행시키며 생명과학 분야를 빠르게 발전시켰다. 1세대부터 크리스퍼까지 유전자가위를 연구해 온 김석중 툴젠 치료제사업부 본부장은 “유전자가위의 ‘민주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과학계에 널리 활용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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