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경쟁한다? 콘텐츠로 상생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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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3월 18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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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말한다. 'Top'은 TV에 연결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PC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통해 조금씩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OTT는 스마트폰 보급과 무선 네트워크 발전을 통해 빠르게 확대했다. 이제 사용자들은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시청한다.

OTT 시장 확대를 주도한 것은 넷플릭스다(Netflix)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했다. 온라인 DVD 대여 사업자였던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 국가에서 약 1억 5,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시간 동안 넷플릭스와 비슷한 OTT 서비스는 이미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로부터 촉발된 동영상 시청, 미디어의 변화는 이미 다수의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스트리밍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OTT 서비스 사업자(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기존 수익 모델 약화, 잠재 고객 이탈 등을 겪고 있는 기존 방송 관련 사업자들(콘텐츠 사업자, 유료방송 사업자, 이동통신 사업자 등)이 M&A를 통해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국내도 변화하고 있는 방송 환경을 규정하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며, 기존 통신사와 방송사들이 넷플릭스와 경쟁하거나 협력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 출처: Benedict Evans 유튜브 >
< 출처: Benedict Evans 유튜브 >

아래는 지난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한 'Tech in 2020' 이벤트에서 벤처투자사 'Andreessen Horowitz'의 투자자 Benedict Evans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서(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부제로 발표한 2020년 Tech 전망 자료다.

< 자료출처: Benedict Evans >
< 자료출처: Benedict Evans >

모든 사람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상황의 TV와 관련된 통계자료,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 유료TV 가입자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유료TV 가입자 수는 2011년 대비 20%, 2018년 대비 약 7%가량 감소한 상태. 반면,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1년말이나 2022년 상반기 정도에는 넷플리스 가입자가 미국내 유료 TV 가입자 수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로 미국 청소년들의 경우, 이미 넷플릭스와 유튜브 시청시간 비율은 각각 약 36%와 38% 정도로 유료TV 보다 3배 정도 많다.

< 자료출처: Benedict Evans >
< 자료출처: Benedict Evans >

넷플릭스의 경쟁력, 오리지널 콘텐츠

넷플릭스, OTT 플랫폼 성장 원동력을 분석한 자료는 이미 여러 책과 논문, 기사 등을 통해 알려졌다.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성공 요인은 크게 4가지다. 저렴한 '요금체계(Cost)'와 쉽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편의성(Covenience)', 그리고 각 사용자 취향에 맞는 영상 '추천(Curation)'과 '콘텐츠(Contents)'다(참고: 2019 OTT 플랫폼 트렌드 분석 요약, 출처: DMC REPORT).

이중 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현재 OTT 플랫폼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싸고, 편리하고, 좋은 콘텐츠를 추천해줘도, 정작 사용자가 보고 싶은 콘텐츠가 없다면? 아무 의미 없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히는 것도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자체 제작 콘텐츠들, 일명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가 있다. 직접 제작해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콘텐츠, 제작비 전액 또는 일부를 지불한 후 독점 판권을 얻는 경우 등이 오리지널 콘텐츠다. 다른 콘텐츠 사업자의 후속편을 제작하거나, 공동제작한 경우도 포함한다. 정리하자면, 특정 국가 단위 이상 지역 내에 독점 판권을 가진 경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기를 견인한 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 IT동아 >
<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기를 견인한 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 IT동아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은 지난 2011년 제작사 'Media Rights Capital'이 기획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로부터 시작했다(이전에도 독점 판권 콘텐츠가 있었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 영향력이 막강했다). 당시 HBO와 AMC 등 주요 케이블 방송사들과 독점 판권을 경쟁했고, 넷플릭스는 압도적으로 높은 금액을 제시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독점 판권을 따낸 넷플릭스는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제작사에게 아무 요구도, 개입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아직까지 이어져, 최근 새로운 시즌으로 국내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있는 드라마 '킹덤'의 제작사 에이스토리도 같은 의미로 넷플릭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바 있다.

<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킹덤, 출처: 넷플릭스 >
<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킹덤, 출처: 넷플릭스 >

실제로 많은 사람이 즐겨보던 오리지널 콘텐츠 새 시즌 공개날이면, 다음날 스케줄은 잊고 밤새워 전체를 정주행한다. 무료한 출퇴근 길 스마트폰으로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 등을 시청하는 것 역시 자연스럽다.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업계가 콘텐츠 시장에 불러온 새바람은 시청자의 일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내 영상 콘텐츠 업계의 지형도에도 긍정적인 훈풍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꾸준히 확보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부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 알폰소 감독의 영화 '로마(Roma)' 등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 비용 중 80% 이상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되었으며, 투자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 해외 콘텐츠에도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국내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킹덤'을 통해서 주목받았다. 또한,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tvN과 JTBC의 드라마, 예능 등 여러 콘텐츠 해외 독점 판권을 확보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OTT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지난 10년간, OTT 플랫폼에는 새로운 서비스들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의 '훌루'나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국내 '왓챠' 등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난 2019년에는 애플과 디즈니도 각각 '애플TV+'와 '디즈니+'로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다. 말레이시아의 '아이플릭스', 싱가포르의 '훅(HOOQ)', 홍콩의 '뷰(Viu)', 인도의 '핫스타(Hotstar)', 중국의 '아이치이(IQIYI)' 등이 국가별로 지역 환경에 특화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이 성장했다.

< 디즈니+, 출처: IT동아 >
< 디즈니+, 출처: IT동아 >

디즈니를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자로 꼽는 이유는 양질의 콘텐츠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가족용 콘텐츠에 있어서 디즈니를 따라올 수 있는 경쟁자는 없으며, 디즈니의 강점은 가족용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픽사(Pixar)', '루카스 필름(Lucas Film)' 등을 인수해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온 디즈니는 2019년 '21세기 폭스' 인수를 마무리하며 콘텐츠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디즈니는 컴캐스트가 보유한 훌루 지분(33%)을 인수하기로 합의, 훌루 운영권을 확보함에 따라 콘텐츠 채널 이원화도 준비하고 있다. 가족용 콘텐츠는 디즈니+, 성인용 콘텐츠는 훌루를 통해 제공한다면 디즈니의 브랜드 정체성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간 잠식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 다른 거대 콘텐츠 기업 'Time Warner(현 Warner Media)'를 인수하면서 '해리포터'나 '왕좌의 게임' 등의 콘텐츠를 확보한 이동통신사 'AT&T'도 콘텐츠 확보 경쟁에 나섰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등 기존 OTT 플랫폼이 제공하지 못하는 '메이저리그(MLB)'나 '미국 프로 농구(NBA)' 등 스포츠 콘텐츠로 차별성을 확보했다(참고: 2019 OTT 플랫폼 트렌드 분석 요약, 출처: DMC REPORT).

< 왓챠플레이, 출처: IT동아 >
< 왓챠플레이, 출처: IT동아 >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풍부한 독립 영화 콘텐츠를 보유한 '왓챠플레이', 국내 방송사 채널의 실시간 스트리밍을 지원하는 '웨이브' 등이 각자의 매력으로 무장했다. 그 결과, 콘텐츠 창작자들이 더 많은 시청자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OTT 서비스는 다양해졌다. 올해 하반기 '웨이브'가 선보이기로 한 'SF8'도 이 같은 콘텐츠 유통 경로 확장의 연장이다. 영화감독 8명이 각자 40분 분량의 SF 작품을 선보이는데, 감독판을 웨이브에 오는 7월 선공개하고, 오리지널 버전을 MBC가 8월중 내보낸다. 방송사, 제작사 차원을 넘어 OTT 플랫폼 업체가 영화, 드라마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넷플릭스에 먹힌 국내 시장? 주도적 플레이어로 나선다면

4년 전, 넷플릭스 국내 진출과 함께 국내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경쟁에만 국한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국내 문화산업은 현재 K-Pop과 한국 영화, 드라마 등이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주도적 플레이어로 나설 수도 있다.

참고로 넷플릭스는 위와 같은 우려에 창작자(콘텐츠 제작자) 의견과 비전을 존중하는 정책으로 맞선다. 작가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투자와 IT 기술 등을 지원한다. 시각특수효과(VFX) 워크샵 개최, 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 참가 등을 통해 국내 영상 제작자들과 제작 기술, 노하우 등을 공유한다.

넷플릭스 특유의 콘텐츠 제작 전략은 국내 우수한 콘텐츠 제작사와 창작자, 배우들에게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으로도 작용한다. 훌륭한 스토리는 어디서나 나올 수 있고, 어디서든 사랑받을 수 있다. 킹덤 시즌 2는 미국 LA 할리우드와 뉴욕 타임스퀘어의 옥외광고에도 등장했다. OTT 플랫폼을 활용, 국내 콘텐츠가 해외에 진출한 긍정적인 사례다. 실제로 킹덤 시즌 2 공개 후, 포브스는 칼럼을 통해 '킹던은 최고의 좀비 시리즈 중 하나, '워킹데드' 이후 신선하게 다가온 변화'라고 평가하며, 김은희 작가가 각본을 쓰고, 김성훈 감독이 연출, 주지훈이 왕세자 창을 연기했다는 내용까지 설명했다.

<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에 등장한 킹덤 시즌 2, 출처: IT동아 >
< 뉴욕 타임스퀘어 옥외광고에 등장한 킹덤 시즌 2, 출처: IT동아 >

이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도, 넷플릭스를 타고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국내 드라마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2월 1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현재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 중으로, 드라마와 관련해 대만 일간지 3곳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며 '국가별 Top 10' 순위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OTT 플랫폼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국내 콘텐츠 제작 환경 및 유통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시청자, 즉, 콘텐츠 소비자에게도 장점이다. 양질의 콘텐츠는 그 자체로 힘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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