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죽장연, 전통장으로 코스트코 문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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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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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전통장을 판매하고 있는 죽장연은 항상 이렇게 소개한다. 자연과 세월 이외에는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고. 전통 된장과 전통 고추장, 전통 청국장, 전통 간장 등 전통장을 빚는 죽장연은 2009년 창업한 뒤,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알려진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출처: 죽장연
출처: 죽장연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단지(DANJI)'는 한식당 중 최초로 미슐랭가이드 스타 등급을 받은 레스토랑이며, 단지의 오너 셰프 '김훈이(Hooni Kim)'가 단지 런칭 후 오픈한 '한잔(HANJAN)' 식당은 2013 뉴욕타임즈 선정 뉴욕 10대 레스토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김훈이 셰프가 소스와 국을 만들 때 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죽장연이 먼저 연락해 제품을 소개했다. 이를 인연으로 죽장연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죽장연은 전통장을 만든다. 전통장에 자연과 세월 이외에 화학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 일반적인 공장처럼 매일 아침 재료를 넣고, 저녁 양산품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죽장연은 된장을 만들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친다. 가을에 수확한 콩을 이용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메주를 쑨다. 200일간 콩을 재배하고, 24시간을 보관해, 다시 24시간 동안 불린다. 불린 콩은 6시간 동안 삶고, 2시간 동안 뜸을 들여 메주를 만든다. 완성한 메주는 짚으로 엮은 각시에 매달아 50일 동안 건조하고, 20일 동안 발효한다. 그리고 60일을 더 기다려 장을 가른 뒤, 2년 이상 긴 시간을 장독대에서 익힌다.

죽장연 장원 모습, 출처: 죽장연
죽장연 장원 모습, 출처: 죽장연

약 1,000일의 시간. 죽장연은 이를 고집한다. 2009년 설립했지만, 2011년에야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유다. 죽장연은 이 과정을 마치 와인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죽장연은,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사리에 위치한 자신들의 공간을 공장이 아닌, 장원이라고 말한다.

죽장연 장원 모습, 출처: 죽장연
죽장연 장원 모습, 출처: 죽장연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통했다. 된장과 고추장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먹는 기본 음식이자, 우리네 전통 소스이고 베이스다.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다. 이를 어떻게 더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지난 2017년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하며 날개를 달았다. 센터에 입주한 많은 먹거리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계기로 다가왔고, 서울 및 경기도권에 죽장연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홍보 효과를 거뒀다.

특히, 죽장연 전통장을 알아본 전문 셰프와 식당이 늘어났고, 죽장연 전통장을 활용한 고추장찌개, 된장찌개 HRM(간편식)도 개발했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 잡지, 신문 등에 죽장연을 알릴 수 있었다. 죽장연 정연태 대표는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는 죽장연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생각에 결정했던 일"이라며, "과분한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을 전했다.

지난 9월, 죽장연은 우렁쌈장과 우렁된장으로 코스트코에도 진출했다. 된장과 고추장, 우렁(함량: 30%) 등 모두 국내산 원료를 사용했고, 유통판매용이지만 손으로 직접 담은 맛을 내기위해 죽장연 파트너 셰프이자 요리연구가인 '정민 셰프'가 레시피를 개발했다.

코스트코에 입점한 죽장연 우렁쌈장과 우렁된장
코스트코에 입점한 죽장연 우렁쌈장과 우렁된장

정 대표는 "전통장과 개량장은 원재료부터 다르다. 죽장연은 국산 콩과 국산 천일염을 사용한다. 하지만, 시판장은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고, 글루타민산 나트륨, 향미증진제 등 화학조미료도 들어간다"라며, "수년간 발표숙성하는 전통장과 달리 시판장은 1주일 정도 짧은 기간에 생산한다.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미생물 활동이 늘어나 전통장은 진한 황토색을 띄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개량장은 미생물 활동이 적어 대부분 밝은 황토색을 띈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1999년, 포항시 죽장면 상사리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당시 상사리 주민들이 보내온 전통 방식의 된장과 고추장을 맛보고, 이를 세상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으로 죽장연을 시작했다"라며, "이제 상사리 주민들은 일년의 반 농사를 짓고, 나머지 반 된장을 담근다. 직접 콩을 기르고 된장을 담드는 상사리 주민들이 죽장연의 주인이자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열풍기 대신 바닷바람과 골바람으로 메주를 말리고, 가스불의 편리함을 버리고 참나무 장작을 사용한다. 메주를 묶는 끈조차 새끼줄을 고집한다. 자연과 세월을 담는 죽장연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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