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약물 640여종 뒤져 젊은 폐암환자 치료할 실마리 찾았다

  • 뉴스1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와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연구팀은 최근 난치성 ALK 융합 양성폐암 치료에서 YAP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게 효과적인 근거를 찾아냈다.© 뉴스1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와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연구팀은 최근 난치성 ALK 융합 양성폐암 치료에서 YAP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게 효과적인 근거를 찾아냈다.© 뉴스1
국내 연구진이 상용화에 실패한 약물 640여종을 분석해 젊은 폐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표적인자를 찾아냈다. 내성 위험을 줄인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와 제욱암연구소 윤미란 박사 연구팀은 난치성 ALK 융합 양성폐암 치료에서 YAP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30일 밝혔다.

ALK(Anaplastic lymphoma kinase) 양성폐암은 전체 폐암의 3~7%를 차지한다.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폐암이다. 1차 치료로 1세대 ALK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ALK-TKI)를 사용하지만, 내성이 1~2년 안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항암치료 전 YAP 유전자가 세포질 안에 존재하지만, 치료 후에는 세포핵으로 이동해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인자들이 발현하도록 유도한다. 스타틴은 YAP 유전자가 세포핵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대사산물(GGPP)을 억제한다.

ALK는 2차적 돌연변이를 생성하는 방법이나 암세포 성장과 전이에 관여하는 우회 신호전달 경로를 생성하는 방법으로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다. 돌연변이는 차세대 ALK 저해제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ALK 비의존적 기전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640여종의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인자를 확인했다. 신약재창출 전략은 상용화에 실패한 약물을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연구 결과,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스타틴이 항암제 내성 모델에 강한 항암효과를 보였다. 스타틴이 암 유전자들의 전사조절인자로 알려진 YAP의 활성을 유발하는 대사산물 차단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 입증했기 때문이다.

ALK 저해제에 내성을 가진 폐암 모델에서 YAP을 제거하자 스타틴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17명의 ALK 양성폐암 환자로부터 얻은 항암치료 전과 후 종양 생검에서 YAP 유전자 발현 패턴을 평가했다.

그 결과, 항암치료 후 YAP 유전자가 암세포 핵에 더 많이 분포했다. 일반적으로 YAP은 세포질 내에 발현되지만, 활성화되면 세포핵으로 이동한다. YAP 유전자 발현이 높을수록 치료 반응성이 좋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윤미란 박사는 “지금까지 보고된 ALK 저해제의 복합적인 내성 메커니즘을 YAP의 활성 조절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과 근거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병철 교수는 “ALK-TKI 내성폐암은 여러 연구에도 불구하고 치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인자들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는 ALK-TKI 폐암의 새로운 표적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엠보 분자의학(EMBO Molecular medicine, IF 10.293)에 실렸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