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IR 마스터링]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4)EX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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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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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시작하며 - 투자 유치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2부 - 투자 IR자료의 목차 구성
3부 - 투자 IR자료의 스타일
4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1) 시장성 및 사업성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2) 차별성 및 경쟁력
6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3) 사람 및 팀역량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4) EXIT
8부 - IR피칭(발표)
9부 - 사례 소개: TV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IR피칭
10부 - 성공적인 IR을 위한 조언

'시장성 및 사업성'(4부), '차별성 및 경쟁력'(5부)이 글로 표현하기에 적절한 주제인 반면, '사람/팀역량'(6부)은 IR자료에서 차지하는 분량도 적을 뿐만 아니라 문서로 전달하기가 상대적으로 꽤 애매하다고 앞서 언급했었다. 반면 'EXIT(회수 가능성 및 방법)'은 IR자료상 분량이 적다는 점에서 '사람/팀역량'과 비슷하나,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명확하다는 점에서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다.

국내에서 VC펀드(투자조합)가 만들어지는 과정(출자사업 구조)때문에, EXIT 가능성은 다른 어떤 투자의사 결정포인트보다 중요하게 고려된다. 국내에서 VC의 투자검토 과정은, 단적으로 '기-승-전-EXIT'라고 요약할 수 있다. 시장성 및 사업성, 차별성 및 경쟁력, 사람/팀 역량은 결국, EXIT 가능성을 어필하기 위한 설득논리이자 판단근거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EXIT 시나리오가 보이지 않으면 우리 회사(VC)에서는 투심위 통과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심사역이 상당히 많다는 것은,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창업자/대표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그림 7-1> VC의 4대 추자의사결정 포인트<출처=엔슬파트너스/출처=엔슬파트너스>
<그림 7-1> VC의 4대 추자의사결정 포인트<출처=엔슬파트너스/출처=엔슬파트너스>
다만 창업자/대표가 '마구 지르는' 게 정답은 아니다. '지른다' 함은, 가령 2019년 현재 업력 만 5년 만에 연매출 10억 원을 달성한 회사가, 2년 뒤에 매출 500억 원에 코스닥 상장을 하겠다는 내용 같은 경우를 말한다.

어차피 회사가 IR자료에 제시하는 내용을 투자자가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창업자/대표가 말하는 논리, 즉 '결과'만이 아니라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공감하지 못하면 사람에 대한 신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1. IR자료 상 표현 지점

IR자료 상 EXIT를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가 대략 3군데 존재한다.

① 매출/이익 추정(시뮬레이션)

대체로 모든 IR자료에서 매출/이익 추정(시뮬레이션)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삽입되곤 하는데, 그 앞 단계에서 해오던 '시장성 및 사업성', '차별성 및 경쟁력', '사람/팀 역량' 모든 내용을 종합하여, 정성적/정량적으로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페이지가 바로 여기다. 창업자/대표가 IPO를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하면, 이 페이지에서 언급하는 기업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 페이지에서 흔히 하는 실수는, 추정 근거가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선언적으로 또는 창업자/대표의 의지로만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미래의 어느 시점을 얘기하면서 신이 아닌 이상 정확히 맞히기 힘들지 않냐는 말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자가 공감할 만한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해 공허한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1부에서는 투자 프로세스 상에서 IR자료의 역할을 언급하면서 투자 후 사후관리 단계에서 IR자료가 상호간 불신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고 했는데, 그 대표적인 이유가 매출/이익 추정에서의 괴리가 커질 때이다.

그렇다고, 매출/이익 추정을 넣지 않을 수도 없다. 투자자가 기업 A의 미래시점 기업가치를 이 페이지로부터 추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8부 – 기업가치 산정하기(https://it.donga.com/27718/)]에서, 기업가치는 우선적으로 당기순이익X주가이익배수(PER) 공식에 의해 계산됨을 언급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향후 3년치, 5년치의 매출/이익 추정을 보면서, 현재 시점에서의 적절한 기업가치를 추정할 뿐만 아니라, 지금 투자를 한다면 향후 어느 정도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를 계산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향후 몇 년간에 걸친 매출 추정은 기본적으로 하는데, 이익 추정은 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아마 비용을 계산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이유라 하겠는데, 그렇더라도 논리적으로 IR자료에 표기할 것을 권장한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영업외비용(이자비용, 환차손 등)과 법인세 등을 제외해야 하는데, 어렵다고 느낀다면 최소한 영업이익까지는 제시하는 것이 좋다.

매출/이익 추정에서는 가급적 세분화(breakdown)하여 표현하기를 권장한다. 가령, 수익모델이 여러 가지라면(즉, 사업부서가 여러 개인 회사라면), 각각의 매출을 구분하여 투자자가 좀 더 회사를 디테일하게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질문이 나오거나 향후 추가 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② 로드맵(Roadmap)

로드맵은 기술 또는 사업의 발전/확장 계획을 보여줄뿐 아니라, 투자자의 EXIT 관점에서도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미 앞서도 언급했다. 다시 요약하면, 국내에서 투자자가 EXIT를 하는 대표 방법이 구주매각인데, 로드맵 페이지는 투자자가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어느 시점에 어떻게 EXIT 기회가 있을 수 있겠다는 예상을 자체적으로 해보는 목적으로도 쓰이므로 꽤 중요한 페이지이다. 투자자는 로드맵 페이지를 볼 때 '이 시점에 이 마일스톤을 달성하면 기업가치가 O배 올라있을 것으로 보이니 구주매각으로 EXIT 기회가 있을 수 있겠네'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로드맵을 작성할 때 단순히 타임라인에 기반한 화살표 형태의 내용 표현에 그치기 보다는, 어느 시점에 어떤 마일스톤이 달성되었을 때 가지는 시장에서의 의미 등을 덧붙여 설명할 수 있다면, 투자자에게 좀더 우호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 7-1> 국내 벤처투자 회수유형별 비중 추이/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표 7-1> 국내 벤처투자 회수유형별 비중 추이/출처=한국벤처캐피탈협회
③ 투자제안 파트

모든 IR자료에서 거의 대부분 마지막을 장식하는 페이지가 이 내용이겠다. IR자료가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유치가 목적인 만큼 회사가 제시하는 투자조건 등에 대한 내용이 투자검토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투자란 결국 설득과 공감을 통해 실무적으로 협상을 거치는 이 3단계를 다 지나왔을 때 비로소 진행되는 것이다. 투자유치금액, 투자형태, 기업가치 등 창업자/대표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반드시 질문하게 되어 있다.

투심위에서 부결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Valuation Gap)가 큰 경우, 투자형태로서 창업자/대표가 보통주를 고집하는 경우 등이 있는데, 여하튼 투자제안 부분은 투자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

다만,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8부 – 기업가치 산정하기(https://it.donga.com/27718/)]에서도 언급했지만, 적절한 기업가치(value)에 빠르게 투자금을 조달하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집중할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기 위해 협상에 더 노력을 들일지는, 분명히 창업자/대표가 의향을 정해야 한다.

요즘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시간(타이밍)도 중요한 전략 요소이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고 우위에 설 수 있는 '때(timing)'를 놓치면 회사의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따라서, 기업가치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기 위해(또는 지분희석을 조금이라도 방지하기 위해) 협상에 지루하게 매달리기 보다는, 적절한 기업가치에 빠르게 투자 프로세스를 마무리하는 게 더 낫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업가치와 지분희석에 민감한 창업자/대표라면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좋고, 그래야 기업가치에 공감하면서 투자유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투자자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으므로, 투자유치 활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투자형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서는 특히나 초기기업이라면 보통주 투자는 잘 진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투자형태는 상환전환우선주(전환상환우선주, RCPS)와 전환사채(CB)라고 보여지며, 창업자/대표가 보통주를 너무 고집하면 접촉할 수 있는 투자자 풀(pool)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초기기업일수록 창업자/대표조차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또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투자제안 관련한 내용을 명시적으로 IR자료에 포함시키지 않는 경우도 많이 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IR을 진행하기 전에 생각을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4부~7부)를 마치며


본 연재 4부~7부에서는, VC의 투자의사 결정포인트 중 4개 핵심 쟁점인 '시장성 및 사업성', '차별성 및 경쟁력', '사람/팀 역량', 'EXIT'이 IR자료 상에 좀더 효과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 방법, 흔하게 실수하는 사례를 들어 실수를 피하는 방법 등을 자세하 알아봤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알면 알수록 IR자료 만드는 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거라 예상한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http://it.donga.com/27517/)]의 머리말에서도 이미 언급했듯, 투자유치라는 게 절대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인지해야 겠다. 사실, 담보와 보증서가 있으면 은행대출을 받는 게 훨씬 쉬울 것이다. 투자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미래가치에 대해 투자자가 베팅을 하는 것인데, 그만큼 투자자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이다. 본격 투자유치 활동 전에 IR자료를 두 달에 걸려서 만드는 창업자/대표가 시간이 남아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
<투자는 투자자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하는 과정이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투자는 투자자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하는 과정이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문서 만드는 것도 스킬이 필요하고, 그래서 훈련도 필요하다(참고로, 다음 8부부터 알아볼 피칭(발표)은 문서 작성과는 또 다른 스킬이 필요한 영역이다). '자주' 만들어보고 '잘 만든' 다른 사람의 자료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yaacksan@enslpartners.com)

(주)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CEO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동아닷컴 IT전문 이문규 기자 m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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