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승, 스티븐 호킹 타계에 “절 위해 써준 3분, 제 인생 가장 떨렸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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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15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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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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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는 76세를 일기로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를 떠올리며 “삶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었고 또 우리에게 영감과 통찰을 준 과학자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5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가끔 강연할 때 처음 시작하는 말로 ‘내가 이룬 가장 위대한 업적은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말을 종종 했다”면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물리학, 이론 물리학, 천체 물리학 안에서도 엄청난 업적을 이뤘지만 그것은 몸이 불편하고 오로지 사고, 뇌 사유만으로 (이룬 것이다.) 그곳에 도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반인조차도 그의 삶에서 많은 깨달음, 통찰, 영감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업적에 대해선 “스티븐 호킹 박사의 박사 학위 논문은 빅뱅 이론에 관한 것”이라면서 “당시에 이 우주가 팽창하지도 않고 축소하지도 않고 정상 상태로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이론이 있었고, 빅뱅에 의해서 끊임없이 팽창해오고 있었다는 빅뱅 우주론이 있었는데 그가 빅뱅 우주론이 왜 진리인가를 자신의 연구로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그 빅뱅, 그 시기는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일반 상대성 이론하고 아주 작은 스케일을 다루는 양자역학, 어려운 중력 이론, 이런 것들이 한데 얽혀 있는 아주 복잡한 이론인데 그걸 통해서 새 이론들이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좀 어려운 얘기지만 ‘호킹 복사’라는 개념으로 아주 유명해졌다”며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뭐든지 빨아들이고 심지어는 빛조차도 빨아들여서 우리가 블랙홀이라고 부르지 않은가. 그런데 양자역학으로 그 안에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다 보면 양자역학적으로 질량인 양의 입자와 질량의 음의 입자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들이 확률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질량의 음의 임자는 블랙홀에 빠져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호킹 복사’라고 불렀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본인에게 어떤 존재였느냐는 물음엔 “고등학교 때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그냥 우연히 집어 들었다가 놓을 수가 없어서 밤새 읽고 나도 천체 물리학자가 돼야겠다는 꿈을 꿨다”면서 “1990년,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그가 한국에 와서 대중강연을 했다. 그때 막 쫓아가서 그에게 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그런 질문을 던졌는데 그때 손을 조금 움직이면서 키보드로 제 질문에 답을 해주셨다. 그런데 속도가 빠르지 않으니까 한 3분 정도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제 인생에서 가장 숨 막히고 떨렸던 3분이었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가 저를 위해서 온전히 3분을 써주신 것이다. 그래서 저한테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14일(현지시각) BBC·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호킹 박사의 세 자녀(루시·로버트·팀)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아버지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그의 용기와 끈기, 탁월함과 유머감각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다. 우리는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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