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오버워치' 불법 핵프로그램에 무방비 노출..'사실상 포기 상태'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2월 29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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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인기 많으면 뭐하나요. 핵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데. 이러다가 인기 확 식는 거 한 순간이에요."

PC방에서 만난 한 '오버워치' 게이머. 이 게이머는 "왜 블리자드 코리아가 '오버워치' 핵 사용자들을 그냥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불법 핵 프로그램이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짜증난다는 그는 "현재 경쟁전 마스터 등급(3500~3999)인데, 오버워치 경쟁전을 즐기면서 3번에 1번은 핵 사용 의심자를 만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블리자드의 인기 PC용 FPS게임 '오버워치'가 핵 프로그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핵 프로그램 이용자들이 활개치는데도 개발사는 뭐하냐며 블리자드 코리아에 대한 성토 또한 하늘을 찌른다.

오버워치(블리자드 제공)
오버워치(블리자드 제공)

<'오버워치' 글로벌 랭커도 핵 사용자가 점령>

'BOSS'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오버워치' 업계에서 아주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핵 중계상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고, 각종 '오버워치' 유명 커뮤니티에서도 대표적인 핵 사용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실제로 '오버워치'의 글로벌 랭커들이 집계되는 '오버로그'에 가보면 BOSS 닉네임이 2위와 3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OSS 닉네임 사용자는 콩두 판테라 소속의 프로게이머인 '에버모어'에 이어 두 번째로 경쟁전 스코어 5,000점을 달성해 당당히(?) 세계 1위에 등극했다. 핵 사용자가 전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오버워치 캡처(게임동아 제공)
오버워치 캡처(게임동아 제공)

'오버워치' 게이머들은 이렇게 공공연히 핵 사용자가 나서는데도 왜 블리자드 측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지 반문한다. '오버워치' 관련 커뮤니티들은 이들의 성토장으로 끓고있는 상황. 실제로 게임 커뮤니티 인벤에서 '오버워치' 게시판의 가장 큰 화제의 글은 "경축! '오버워치' 핵 게이머 BOSS 5000점 달성" 글이다.

게이머들은 핵 사용자들의 특징은 '레벨이 낮은데 비해 비정상적으로 승률이 높으며, 핵 프로그램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영웅인 솔저, 바스티온, 맥크리, 트레이서 등이 주요 영웅이다'고 설명했다. 이들 영웅의 특징은 핵 프로그램의 효율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히트스캔(투사체가 날아가는 과정 없이 바로 타격 판정이 일어나는 형태)' 판정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게이머들이 핵 사용자들을 구분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정작 블리자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많은 공분을 사고 있다.

오버워치 에임핵(게임동아 제공)
오버워치 에임핵(게임동아 제공)

<이미지 서칭 핵부터 메모리 핵까지 핵의 종류도 가지가지>

'오버워치'의 핵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미지 서칭 핵과 메모리 핵이다. 이미지 서칭 핵은 '오버워치'의 캐릭터 주변에 붉은 선이 그어져 있는 점을 활용한 핵 프로그램이다. 붉은 선의 가운데로 에임을 고정시켜 명중률을 부당하게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2만~3만 원에 거래되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불법 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무료로 대량으로 풀리면서 핵 대란에 일조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이미지 서칭 핵은 그나마 양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크리티컬 공격(헤드샷)을 하지 못해 실력이 뛰어난 게이머의 경우 뛰어난 에임으로 맞상대 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메모리 핵은 얘기가 다르다. 메모리 자체를 후킹해서 데이터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에임을 교정하는 메모리 핵은 프로게이머들조차 한 수 접을 명중률을 자랑한다. 쉬지않고 박히는 크리티컬 공격은 덤이다. 경쟁전 등급이 그랜드마스터인 고수들뿐만 아니라 프로게이머조차 맞상대가 불가능하다고 손을 들었다. 메모리 핵의 경우 5만 원(월)~10만 원(영구) 정도에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점수대를 보면 현재 '오버워치' 경쟁전 3000점 내외는 이미지 서칭 핵이, 3500~4500점 대에는 메모리 핵이 점령한 상태다.

<블리자드 측 조정의지 없어..4개월 넘게 '나몰라라' 행보>


사실상 '오버워치'의 핵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지적되어 왔는데도 블리자드 코리아 측의 대응은 포기상태에 가깝다.

본지에서도 지난 8월8일에 '오버워치, 에임핵 성행..제재율 0%라며 '블리자드 조롱''(http://game.donga.com/84832/) 이라는 기사로 이를 문제시 해온 바 있으며, 각종 커뮤니티나 언론에서도 꾸준히 핵 프로그램 문제에 대해 공론화를 해왔다.

당시에 블리자드 코리아 측은 "현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통해서도 핵 판매자 관련 제보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핵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4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이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버워치 판매가격 캡쳐(게임동아 제공)
오버워치 판매가격 캡쳐(게임동아 제공)

블리자드 코리아가 해당 문제를 손놓고 있다보니 핵 프로그램 배포 관련자들은 신이 났다. 본지의 기사 '사설서버와 게임핵, 내년 6월부터 법의 심판 받는다 (http://game.donga.com/85734/)'를 보면 내년 6월부터 핵 프로그램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되게 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핵 판매상들은 공공연히 "내년 6월까지만 장사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블리자드 코리아 측의 무대응에 자신들은 내년 6월까지 장사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셈이다.

참다 못한 게이머들은 블리자드 코리아에게 핵이 창궐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제재를 당해도 ID를 재생성해 얼마든지 핵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 PC방에서 북미, 유럽 등에서 생성한 무료 ID 접속 금지', 제재를 당한 핵 프로그램 사용자가 재빨리 경쟁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쟁전 입장 레벨 향상', 타 FPS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외부 핵 검출프로그램 도입' 등이다. 하지만 이러한 게이머들의 요구에 블리자드 코리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계속되는 블리자드 코리아의 운영 파탄..한국 차별 얘기도>

현재 국내 PC방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버워치'지만, 인기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블리자드 코리아의 운영 능력이 최악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차별 이슈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블리자드코리아의 역차별을 꼬집은 국민의당 이 동섭의원(게임동아 제공)
블리자드코리아의 역차별을 꼬집은 국민의당 이 동섭의원(게임동아 제공)

에임핵이 해결되고 있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지난 11월 초에 터진 '닷지버그' 문제, 그리고 지난 9월22일에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이 '한국 게이머들은 '호갱'이 아니다. 제대로 된 서비스와 대우를 제공하라'고 성명을 발표한 것도 블리자드 코리아의 차별적이고 수준낮은 운영 능력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실제로 블리자드 코리아는 서비스 초기에 아시아 서버의 틱레이트를 21Hz로, 유럽과 북미의 60Hz에 비해 1/3 수준으로 지정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 업계 전문가들은 게임이 인기있더라도 운영 능력이 떨어지면 게임도 망할 수 없다며 경고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핵같은 불법 프로그램이나 여러 버그 등을 방치하는 게임이 오래가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블리자드 코리아가 계속 게임이 잘 될 것이라는 자만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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